2024.8.25 이정하 <저만치 와 있는 이별. 序>
’날씨요정‘ 저를 두고 딸이 들려준 말. 8월의 태국은 우기(雨期)라고 하는데, 제가 온 뒤로 날씨는 연일 화사한 여름꽃. 처음으로 어제 비를 만났는데요, 태국의 옛 수도 ’아유타야‘의 일몰을 보러 나선 날이었죠. 비가 오면 당연히 아름다운 일몰광경을 보긴 어려울 터, ’할 수 없지’ 하고 갔었는데요.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관광상품명, ‘아유타야썬셋보트투어’ 재밌게 했지요.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사람들 같으면 아마도 어제 같은 광경 하나 찍으려고, 오랜시간 공들였을 법한 자연의 선물. 태국산사의 높은 돌탑과 강물이 일몰덕에 음광으로 두드러지고, 동시에 한쪽에서는 무지개가 떠올라, 강가에 맞물린 가옥들 뒤로 펼쳐지니, 사람들 환호성이 ...
전 여행 내내 가장 많이 생각한 게 있습니다. ‘00이랑 꼭 함께 오기’. 여기서 00이란 여러 사람을 지칭하죠. 걸을 때마다, 무릎에서 오는 신호로 저절로 생각나는 친정엄마, 손녀딸 덕분에 꼭 한번이라도 삼대에 걸친 여자들의 여행 한번 해봤으면 했구요. 두 번째 생각나는 사람은 친정 첫째 남동생. 저에게는 살짝 아픈 손가락이어서 이 친구에게도 이런 기회 있었으면 했지요. 마지막으로 가장 쉬울일이 아마도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기 인데요, 이런 곳에 와서 생각나는 사람이 진짜 친구라네요~~ 멀리 계획하지 말고, 생각날 때마다 움직이자 라고 톡했네요.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늦잠에서 기상, ‘어고야, 시간이?’ 말 그대로 여행 3일 차에 이곳 시차로 적응되나 봅니다. 그런데 세상살이가 다 그렇다지요? 어설픈 시작에 알만하고 끝이 보인다고요. 이곳 시간으로 오늘 밤 늦은 비행기로 돌아가려니, 벌써부터 서운함이 몰려오네요. 특별히 어느 관광명소를 보러 온 것은 아니지만, 이제, ‘컵군캅(고맙습니다)’이라고 입에 붙었는데 말입니다. ^^ 그래도 할 수 없고, 또 그래야 되겠지요. 언젠가 다시 찾을 공간하나는 남겨놓아야 더 좋으니까요. 딸 말대로, 어딜가나 현지 적응이 빠른 저는 이곳의 먹거리도 짱, 볼거리도 짱, 사람들도 짱, 방콕의 일면 하나하나가 다 사랑스러워서, 다시 오고 싶은 곳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편한 여행은 모두 딸 덕분이라고, 제가 애교도 좀 떨구요. 아, 추천하나! 태국의 옛 수도, '아유타야'의 선사(유네스코등재물)와 야시장, 주변 경관들이 참 고풍스럽고 품격있어요. 사진으로 다 보여드리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직접 와 보시길 꼭 강추합니다. 오늘은 이정하 시인의 <저만치 와 있는 이별. 序>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저만치 와 있는 이별. 序 - 이정하
모든 것의 끝은 있나니.
끝이 없을 것 같은 강물도 바다도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들의 끝은 있나니.
또 마땅히 그래야 하느니.
청춘도 그리움도 세월도
그리하여 우리의 삶마저도...
내 사랑도 끝이 있다는 것을
나는 미처 깨닫지 못했네.
돌아보면 저만치 와 있는 이별,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아 나는 애써 외면하고자 했네.
내 사랑도 끝이 있다는 것은
결코 알고 싶지 않았네.
결코 알고 싶지 않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