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의 시차 2시간을 반납하고 돌아오려니, 왠지 서운하고, 중요한 제 물건을 놓고 오는 양,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더군요. 하루를 살았어도 그 나라에 빚을 지고 왔으니, 언젠가 다른 인연으로 맺어진다면 꼭 보답해줘야지 하며 제 땅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날씨만 따뜻한 게 아니라, 제가 만난 사람들 모두가 참 따뜻하고 미소가 가득했던 나라, 태국! 불교의 나라답게, 가는 곳마다 사원과 신자들의 모습이 많았구요, 그래서인지, 관광지라고 해도 시끄럽지 않고, 예를 갖추며 절을 하고, 덩달아 관광객들의 말소리도 온화하게 스며들었습니다.
태국의 대표적 건물특징을 보니, 크게 왕 중심의 왕궁과, 불교중심의 사원이더군요. 첫날, 금빛으로 도배된 왕궁의 화려함에 잠시 눈이 번쩍였지만 이내 고풍스런 향과 멋을 간직한 오래된 절의 건축물과 나무들을 보면서 눈의 피로도는 사라졌지요. 인간이 빚은 건축물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이 동반되어 있는데요, 유럽의 대성당들이나, 이집트의 피라미드, 중국의 만리장성, 캄보디아의 앙코르왓트 등을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 절은 참으로 겸손하고 인간중심의 건축물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의 능력이 아무리 많아도 하늘아래 한 점 일진대, 하늘 높이 치솟는 탑, 지평선 멀리 뻗치는 담장들을 보면 감탄과 동시에 인간의 슬픔과 아픔도 생각납니다. 누구를 위한 건축물이던가 하고요. 그래서 여행지에 가면 유명한 명소의 화려한 겉모습만 보지 않고, 그 속에 들어있는 누군가의 피와 땀, 그리고 눈과 손을 유심히 봅니다. 세계의 많은 관광객을 부르는 현재 태국의 관광상품들 속에도 수 천년 동안 말하고 싶었던 그들 목소리가 들어있을 테니까요. 당당하고 멋진 조카의 저녁만찬을 대접 받고 비행기를 탔습니다.~~
오늘부터는 8월의 마지막 주간으로 큰 행사(Book Fair)들이 있네요. 책방주인으로 참여하는 책 박람회를 열심히 홍보하고 저의 ‘봄날의 산책’을 찾는 분들에게는 선물준비도 하고요, 할 일이 많아서 왠지 신나는 출발입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충분히 휴식했으니, 이제 본업으로 돌아와 학생들도 가르치고, 책방도 열고, 글쓰기 문도 시원스레 열어야겠습니다. 저의 귀국??을 축하한다고 마중 나온 아들 차를 타고 신나게 군산으로 Going 하겠지요, 복실이도 보고 싶고요, 더 맛난 우리나라 밥을 남편이랑 먹어야겠어요. 이정록시인의 <이름을 불러줄 때까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