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된 습관’이 때론 독처럼 느껴지는 지금 이 순간. 어느 산사의 수도승들 얘기가 생각나는군요. 정좌하고 수도(修道)를 하려고 할 때 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 거렸다네요. 이에 수도승들은 규칙을 정하지요. 먼저 고양이를 기둥에 묶어둔 뒤에 수도의 자세로 들어가자구요. 이런 규칙 속에 시간이 흐른 뒤, 어느날 고양이가 죽었어요. 수도승들은 고양이가 없으니, 더 마음의 자유를 얻고, 가고자 하는 수도의 길을 갔을까요? 어땠을까요?...
몸은 습관이 되어 일어나는데, 머리가 열리지 않고 소위 멍 때리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별의별 생각이 지배합니다. ‘혹시, 나의 행위가 독을 품고 있지는 않은가’ 겉보기에는 성실하고 꾸준하게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하는 말이, 단지 그 말에 현혹되어 편지글을 쓰는건가? 하는 맘까지 생기네요. 아마도, 몸에 누적된 피로도 탓이려니 하고 맘을 돌려보는데, 어제 하루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은 역시나 힘들었지요. 게다가 이 새벽에 엄마랑 목욕을 가야하니, 천근 만근, 몸이 쇠덩어리처럼 느껴집니다. 그래도 움직입니다. 마치 컨베이어 벨트처럼요.
학원에오니 할 일이 산더미. 단 삼사일만 비워도 이 모양인가? 할 정도로 일이 많다보니, 어젯밤에는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내일 다시 눈이 떠지지 않아도 좋습니다’ 라구요. 제가 아침부터 너무 우울한 말씀드리는 것 같네요. 그런데, 그냥 이런 날도 있다는 뜻이니 오해는 마세요. 학원 선생이 오늘부터 휴가라 하니, 더 쏟아질 일더미에 미리 지치는 맘을 주절 주절 하는 것이니까요.~~ 신께서 눈을 뜨게 하셨으니, 지게의 무게를 미리 가늠하는 것 뿐이랍니다.
젊은 학부모 한 분이 긴 암투병 끝에 돌아가셨는데요, 어린 그 학생을 안아주며 토닥토닥. ‘인생무상(人生無常)이로다’, 라는 생각이 오히려 저를 위로했습니다. 위태롭다는 말을 듣고 간 여행이라, 계속 맘 자락이 그분께 있었는데요, 그래서 절에 가서도, 성당에 가서도 그분을 위해 기도했지요. 결국은 그렇게 가시는 날을 맞고, 어제 돌아와서야 가족들께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 오늘 편지는 제가 다시 읽어도 너무 어둡군요. 다시 맘 돌이키기 모드처방을 내릴터이니, 낼 아침편지 때 밝은 모습으로 만나요. ^^ 박노해시인의 <한 여름밤의 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