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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 아침편지132

2024.8.28 이성복 <그 여름의 끝>

by 박모니카

혹독했던 여름이었다고 고백하는 여치의 목소리. 눈떠보니 서늘한 새벽이슬 방울이 화답하네요. 학원생 가족에게 9월의 편지를 보내면서, 어제 하루를 마감했는데요, 달력을 보니 추석 연휴가 있더군요. 그만큼 학습기간이 짧은데, 학생들의 중간고사는 바로 코앞에 있어서, 담당샘들에게 일정표를 작성해서 9월을 대비하라 했네요. 동시에 제 일정표를 살펴보는데, 아직 얼굴도 내밀지 않은 9월인데도, 무슨 할 일이 이리 많은지, 처음으로 다 지워버리고 싶은 맘이 들었다니까요^^. 그렇게 한번 해볼까 하다가, 정작 저의 기억력을 믿지 못해서 이내 맘을 돌렸답니다. 인간 맘이 이렇게 간사스럽고 변덕스럽다니까요~~


오히려 9월 속에 들어있는 ‘결실‘이란 단어를 제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의 조각들이 서로 뭉쳐지는 듯 하다니... 정말 일 중독 맞나봅니다. 누적된 피곤함에 반나절을 자고 나니 오뚜기처럼 일어나는 저의 정신력. 제가 봐도 기특합니다. 한시간 빨리 출근해서, 9월맞이 학원의 여러 일들을 처리하고, 몇몇 학부모와 상담도 끝내고, 신입상담도 받고요,, 그러다보니 밤 10시까지 일을 하고 있더군요. 그래도 일부러 청했던 잠깐의 잠이 보약이었던 모양입니다.


오늘부터는 금주간 있을 북박람회(Book Fair) 준비를 해야됩니다. 저야 워낙 작은 책방이라 특별한 준비물은 없지만, 명색이 ’군산지역작가부스‘라는 명패를 달고 나가니, 시민들에게 홍보할 뿐만 아니라, 어떤 책을 부스대에 놓고 봄날을 보여줄 것인가 고민하지요. 지금 생각으로는 근대시인의 시집을 포함한 시집과, 군산지역작가들의 에세이집, 그리고 군산을 생각나게 할 몇 가지 기념품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인들이 그려준 그림 스케치(군산명소)도 준비하여 방문객들이 색칠하는 시간도 갖게 하고, 방문객의 매너가 좋으면 무료로 줄 수도 있지요.


하여튼 오늘 편지부터 북 박람회 행사를 홍보하니, 편지 받으시면 포스터 사진을 공유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책방들의 행사가 아니라, 군산시민의 책문화사랑을 홍보하는 자리니까요. 오늘은 이성복시인의 <그 여름의 끝>입니다. 워낙 유명해서 해마다 읽어보는 시이지만 지금 딱 맞는 시라서 또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그 여름의 끝 -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8.28이성복시인.jpg 사진제공, 안준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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