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군산 북 박람회(Book Fair>가 열립니다. 군산에 처음 왔을 때, 시민문화회관이란 공간에 어린아이들과 다양한 문화행사를 보라 자주 다녔었지요. 새로운 건물이 세워지면서, 구 건물이 되어 오랫동안 방치되었었는데, 북 박람회를 기점으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서 도약할 그의 기분을 헤아려봅니다. 전국의 유명 출판사와 책방 100곳을 선정하여, 군산지역 책 문화를 널리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 마음과 정열이 들어있는 행사입니다.
저야 워낙 작은 책방이고, 경험도 부족하여, 선두에 나설 일도 없지만, 그래도 테이블 하나 주니, 군산책방의 일원으로서 손님들을 맞이하렵니다. 지인들께서 미리 선주문해준 책들을 정리하고 이런저런 준비물을 챙기느라, 이삼일 책방생활을 했는데요, 사실 월명산 말랭이 별장에 놀러온 기분이어서 하나도 피곤하지 않고 즐거웠습니다.
저는 근대시인들의 시집을 중심으로 시집 좌판을 엽니다. 테이블길이가 제 손으로 스무뼘도 되지 않은 작은 면적이라, 많은 책을 올려놓지도 못하지만 전시된 시집을 구매하시는 분께는 모두 책방모양을 딴 열쇠링(키링)을 선물로 드릴 예정입니다. 또 하나, 시를 필사하는 분들에게도 선물 드립니다. 저의 작은 목표는, 오시는 분들 누구든지, ’시 한수‘ 읖조리는 시간을 갖길 바랄 뿐입니다.
걱정되는 일은 장소의 주차장이 협소하고, 실내에 테이블이 좁게 배열되어 있어서, 다양한 책과 기타 기념품을 보고 즐기는 재미에 다소 어려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처음 행사하는 새내기 박람회니, 많은 양해와 응원 부탁드리고 싶군요. 이 행사를 준비한 젊은 책방 대표들의 종종거리는 발걸음과 쿵쿵거리는 걱정소리를 들은 입장이라, 더욱더 마음이 쓰이네요. 하여튼 북 박람회가 미리 데려온 가을향기 따라 8월의 마지막 날을 즐겨보세요. 천양희시인의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 천양희
마음 끝이 벼랑이거나
하루가 지루할 때마다
바람이라도 한바탕 쏟아지기를 바랄 때가 있다
자기만의 지붕을 갖고 싶어서
우산을 만들었다는 사람을 떠올릴 때마다
후박잎을 우산처럼 쓰고 비바람 속을 걸어가던 네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별명이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 랭보를 생각할 때마다 바람은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서로 부르며 손짓하는 것이라던 절절한 구절을 옮겨 적고 싶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