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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 아침편지137

2024.9.2 안도현 <9월이 오면>

by 박모니카

인산인해(人山人海)... 군산 귀향 22년 만에, 아마도 처음인 듯, 수많은 사람들을 연 이틀 만나고 하산했더니 마치 높은 산에 올라갔다 내려온 것 처럼, 잠도 잘 잤습니다. 군산 북박람회장에 오신 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입을 모아 말했지요. ‘정말 군산 맞아??’ 라구요.


제가 처음 군산에 올 때 인구 27만을 바라보고 있었는데요, 그래서 소위 30만이 되면 국회의원도 2명이나 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군산에서의 새 보금자리에 대한 꿈도 있었어요. 물론 해마다 인구감소율이 군산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청년들이 줄어들고, 도시가 시민으로서 종종 걱정되기도 하는 와중, 이런 행사를 통해 군산의 새로운 모습을 본 것 같아, 행사에 함께 참여한 책방지기로서 참 반갑고 그냥 좋았습니다.


저의 부스를 지켜준 잘 지켜준 지인들 덕분에 저도 역시 여러 부스를 돌아다니며, 책도 사고, 작가들, 특히 이색적인 출판사와 유명출판사의 관계자들과의 수다는 재미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사 하나 쓰려고, 군산책방 젊은 대표님들의 소감과 표정을 담느라 어슬렁 어슬렁 산보하듯이, 종이 위에 그려진 미로찾아 결승점에 도달하듯이, 건강한 게임을 열심히 했답니다.


저를 찾아와주신 문우님들을 포함한 지인들께 진심으로 고맙고요. 예산부족으로 참가자들에게 이성당 빵 하나 주어진 웃고픈 현실을 간식까지 준비해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사람들이 묻네요. ‘대박 났냐고요’ 평소 말랭이 마을 주말 지킴이 하면 한두권 팔릴까 말까 할 책판매에 비하면 완전 초 대박이겠지요. 무엇보다 제가 준비했던 여러 버전의 근대시인집이 잘 팔려서 참 신기했습니다. ‘사람들이 어렵다고 하면서도 가장 선망하는 장르는 바로 ’시‘ 인가 봅니다.


9월의 시작을 알토란같이 했으니, 아마도 정말 수확이 좋을 9월이 될 것 같아요. 학원 역시도 오늘이 9월 첫 개강일이라서 할 일이 좀 있지만, 새벽부터 왠지 기쁜 맘이 슬슬 올라옵니다. 벌써부터 김장용 고추를 준비하고, 텃밭에 무 배추씨를 뿌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지난 여름이 그리워지네요. 결코 겨울의 손을 잡을 수 없는 여름에게 이 가을이 얼마나 그의 모습을 잘 전해줄지... 저라도 매일 글을 써서 가을 중매노릇을 잘 해야겠다 싶군요. 9월이 오면 해마다 꼭 읽어보면 시, 안도현시인의 <9월이 오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9월이 오면 - 안도현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을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으로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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