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9.7 박두진 <하늘>
’세상에 못 쓴글은 없으니 무조건 꺼내보세요‘라는 격려를 여러번 받았어도, 용기가 없어서, 또 다른 여러 이유로 당신의 글을 꺼내놓지 못한 지인이 있습니다. 사람 관계가 무조건 길어야만 좋은 인연을 맺는 것은 아닌 듯, 작년 이때쯤 처음 만나서, 글로서 소통하는 자리를 통해 서로를 알아오고 있습니다. 30여 년 써왔던 당신의 글을 처음 책으로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면서 한 사람의 속내를 알고 1년 아닌 10년 이상 된 인연처럼 느껴집니다.
소설을 주로 쓰셨다는데요, 저와의 글쓰기 반 수업을 통해 허구가 아닌 삶의 진실을 담아야하는, 한 글자 한 글자 투명하게 글을 쓰는 용기가 필요한 부분이 에세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지난 2달여 동안 그분이 보내오는 글 40여 꼭지를 읽어보고, 더러 수정하면서, 드디어 어제 마지막 글 맺음 요청을 했습니다. 이제 한 일주일 정도만 고생하시라고, 글쓰기에 체력이 중요하니 건강 잘 챙기시라고 덧붙이니, 어제의 제 몰골이 다른 때 같지 않아서 걱정된다며 따뜻한 국물 밥을 함께 먹었습니다.
오랫동안 글을 써왔지만, 자기 이름의 책을 내지 못한 분들, 그만큼 생각이 깊음을 알수 있습니다. 깊은 생각은 더 깊은 글을 담고 있으니, 독자에게 분명 공감을 불러일으키지요. 빠름의 시대, 무엇이든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에 익숙한 우리들인데요, 책 읽고 글쓰는 일이야말로 시계의 초침소리를 일부러라도 거두어들여야 할일... 귀막고 눈멀게 해야겠습니다. 그러다보면 내 몸에 나도 모르게 진득하게 새겨있을 흔적이 자기만의 글로서 나오니까요. 오늘은 토요일, 아침 수업 하나 있으니, 이제 서서히 올라오는 기운을 데리고 하루를 시작하렵니다. 박두진 시인의 <하늘>. 봄날의 산책 모니카.
하늘 – 박두진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내 마음이 익는다.
<사진-텍사스의 일몰, 지인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