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9.16 원무현 <滿月만월>
시인의 표현대로 오늘은 작은 추석날! 별의별 떡이 많다지만 그래도 떡 중의 으뜸은 추석송편이었죠. 친정문화 속 추석엔 늘 송편빚기와 부침이 기본이어서, 저는 송편빚기모양이 제법인데요.(자화자찬아닌, 공인 받음^^) 결혼 전에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이쁜 딸 낳겄다‘ 였답니다. 역시나 우리 선조들은 언어의 품격을 가졌을 뿐만이 아니라 보름달처럼 속이 다 보이도록 훤한, 그런 참말만 하신다니까요.^^
그래서인지 송편이 빚고 싶은데, 이 행위가 멈춘 지, 시댁에서는 십 년도 넘었고, 급기야 친정에서도 삼사년 전부터 멈추었지요. 결혼한 첫해, 송년 잘 빚는다고, 시어머니의 칭찬에 잘난체하며 여러 동서들을 눈치나 주지 말 것을... 그때 덕담만 해주었다면, 혹시라도 지금 ’송년 만들어볼까?‘하고 물으면 하자고 할지도 모르는데 싶은 맘이 드는군요~~
어제 밤에는 딸과 영화를 보러 갔는데, 역시나 추석이야 하는 분위기를 영화관에 온 많은 사람들에게서 얻었습니다. 저도 어릴 때 친정아버지 따라 추석날 영화를 보러 갔었던 기억이 있어요. 예전 여배우들은 지금 배우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참 예뻤답니다. 요즘은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배우들이 많지만 예전에는 정말 하늘의 별 같은 스타들이 스크린 속에 있었으니, 명절에 영화관 가는 것 또한 추석의 주요 볼거리였죠.
또 딸에게 신발 하나 사주면서, 제 나름 추석빔도 챙기는 부모 노릇도 했고요, 추석명절이면 바쁜 막내동생 부부를 보며 아니 먹어도 배가 부른 누이의 마음도 간직했고요. 작든 크든 선물로, 식사로 지인들과 마음을 전하며 덕담도 주고받고요. 이래저래 추석명절 팻말 위에 저절로 지어지는 미소를 더욱더 둥그렇게 만들어보는 시간들입니다. 아마도 오늘도 또 무슨 재미난 일이 있겠지요. 더운 낮 열기에 계절은 추석을 환대하지 않는 것 같아도, 간혹 소나기를 데려와 더위도 식혀주고, 달빛역시 더 청명해지니, 오늘 밤도 꼭 밤하늘 바라보시며 소원 빌어보세요. 원무현시인의 시 <滿月만월> 참 좋네요. 봄날의산책 모니카
滿月 - 원무현
작은 추석날
사람들 말에는 모난 구석이 없네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겠나"
둥글둥글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둥글둥글 빚은 송편을
둥그런 쟁반에 담는 동안
자식이 아니라 웬수라던 넷째를 기다리던 당숙께서
밭은기침을 담 너머로 던지면
먼 산 능선 위로 보고픈 얼굴처럼 솟은 달이
궁글궁글 굴러 와서는
느릅나무울타리도 탱자나무울타리도 와락와락 껴안아
길이란 길엔 온통 달빛이 출렁
보시는가
가시 돋친 말이 사라진 밤
이 둥글고 환한 세상
<사진, 박지현 문우... 낚시배를 하는 지인덕분에 마주하는 군산 주변 아름다운 새벽바다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