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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152

2024.9.17 이효녕 <어머니의 추석>

by 박모니카

추석전야, 달이 안보여서 서운했네요. 그래도 아들과 은파호수를 한바퀴 도는 내내, 가족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꽃들로 호수는 더욱더 추석명절마당 같았습니다. 추석에 보름달 보며 소원빌라고 하지요. 개인적으로 저희 집에도 오래동안 떨어져 있던 자손(子孫)이 있었는데, 어제 그의 귀향을 맞이하고 함께 저녁을 먹어서 아마도 제 친정엄마의 주름살 한 줄이 펴졌을거라 생각하니 참 고맙고 또 고마운 추석입니다.


낮에는 딸과 가까운 보령죽도의 ’상화원‘을 다녀왔는데요, 지난 늦봄에 갔을 때, 너무 인상적인 관광지여서 일부러 딸과 데이트를 했답니다. ’아니, 부침개 하나도 안하고 여행을?...‘이냐고 물으신다면, 저를 대신하는 친정집 며느님들의 우대석에 제 자리도 있어서 맘 편히 움직였지요. 시댁에서는 추석맞이 음식장만이 멈춰진 지 몇 년되었구요.^^


다시 찾은 상화원, 역시나 딸의 반응도 좋아서, 그곳의 정자(법정스님 이름 딴 법정대)에 앉아, 바위 위 앉아 ’사유‘하는 반가사유상을 따라, 짐짓 모녀의 따라쟁이 포즈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찐 가을색을 입은 상화원이 가장 예쁜 때라 하니 다시한번 누군가와 함께 가서, 제가 상상하는 어떤 일을 해보고 싶다고, 그곳에서도 작은 소원하나 빌고 돌아왔네요.


추석연휴기간동안 나오는 가장 빈번한 뉴스재료는 ’의료대란‘인데요, 특히 교통량과 사람들의 밀집도 증가로 각종 사건사고가 많아서 내심 이 부분을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고들이 많이 있고, 그중 어제는 우리 군산 앞바다에서 어선충돌사고로 인명피해까지 있었네요. 매우 가까운 지인의 슬픔도 더해지고요. 부디 오늘만이라도 모두가 평화로운 날이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혹시나 젊은 자녀분, 친척분들이 있다면 더욱더 ’둥근마음‘으로 몸이 안전한 오늘이 되라고 덕담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드는 아침입니다.


오늘은 추석달을 볼 수 있을까요. 작년에는 화상도 높은 지인들의 카레라에 담긴 멋진 달사진을 받아서 저의 핸폰기능이 부실해도 서운하지 않았는데요, 오늘 밤도 그런 선물을 받기를...그래서 달보며 그동안 보냈던 여러 시들을 다시한번 중얼거리기를 바라는 저의 소소한 소원입니다. 너무 과식하지 마시고요, 오히려 속을 비워놓아야 만월이 들어올 자리가 생기니까요. 오늘은 이효녕시인의 <어머니의 추석>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어머니의 추석 - 이효녕


돌아가는 세월의 일몰 앞에

금방이라도 웃음 내미는 한가위 달

가을의 들은 빈들이 아니라서

아주 완전하게 둥글게 만들어

한가위 날까지 채우는 동안

귀향 열차의 흩날리는 기적소리

송편 빗던 어머니는 손길 멈추시고

기다림을 더하신다.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

깊이 패인 주름 진 얼굴로

며칠 동안 들판에 나가셔서

동부알 햇볕에 고루 말려

푹 고아 놓으시고

고향 뒷동산 밤나무에서

아람 밤 주워 속을 만들어

솔향 가득한 송편 쪄내시며

자식을 기다리시는 어머니

달디단 사랑의 불씨로

둥그런 보름달 만드시는가


어쩔 수 없이 흘러간

외로운 삶의 변방에서 돌아와

고향의 마루에 걸터앉아

넉넉한 마음으로 보름달 바라보며

어머니 가슴속에 진하게 밀려오는

지난 이야기 도란도란 나누면

사랑은 탐스럽게 익어

애달픈 열매로 맺히고

어머니 손을 살며시 잡으면

가슴에서 익어나는 어머니 사랑

불 담은 넓은 은총으로

징처럼 찌잉 가슴 울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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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7추석전1.jpg 낮엔 딸과 어슬렁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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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7추석전3.jpg 저녁엔 아들과 만보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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