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봄날아침편지165

2024.9.30 남유정< 가을날, 그대를 생각한다>

by 박모니카

추분 후 길어지는 밤, 저도 역시 한시간 가량 기상시간이 늦어지는 군요. 속담에는 추분이 지나면 들려오던 가을곤충 울음소리도 다 잠잠해진다고 했는데, 어제 저녁 귀갓길에는 왠지 차 꽁무리를 따라오는 듯이 한동안 방울벌레 귀뚜라미 등 풀벌레소리가 가득. 귀를 즐겁게 했습니다. 그래도 이들이 있어서 하나둘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외로워할 사람들이 위로를 받을거예요.


월말이라 아무래도 학원에서는 일이 좀 많지요. 게다가 중고등부 시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주간이어서 10월에 있는 휴일(1일, 3일) 모두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에 집중해야지요. 갑자기 생각나는데요, 정부는 휴일을 많이 주면 국민들이 행복해 할거라고 믿는지, 임시 국경일을 정하는 것도 맘대로 하니 도대체 무엇이 기준인지 모를 정국입니다. 휴일을 즐길만한 경제사정이 되어야 맘껏 즐기는 것을 배추 한포기에 2만원을 운운하는 이때에 맘이 편한 사람이 없습니다. 요즘 일부러 정치관련 소식에 귀를 닫아두고 있습니다. 소위 저같이 정치와 우리의 삶의 연관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이럴진대,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하여튼 구월의 마지막 날이군요. 저는 종종 학생들에게 계절마다 찾아오는 24절기 얘기도 하고 들었던 재밌는 얘기도 들려주는데요, 우리 학생들도 저를 닮아가는지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는 생각이 마치 세상살이 많이 한 어른들 같이 대응할 때가 있어서 어제도 한 참 웃었습니다. 임시휴일에 학원 쉬냐는 질문에, ‘놀면 뭐하냐, 학원와서 놀아.’ 했더니, ‘맞아요. 놀아도 학원에서 놀아요. 간식도 주실거죠?’라고 애교도 부리는 학생들...


일정표에 쓰인 할 일만 보면 오늘도 일에 쌓여있을 저에게 언제 구월이 바이바이 할지 예측할지 없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쉼표를 찍으며 제가 먼저 Bye Bye손짓을 해야겠어요. 만날 때는 서슴없이 헤어질 때는 미련없이 말이죠~~ 아, 오늘부터 토요일까지 홍보하나 할까요. 봄날시선집 1번을 비워두었었는데 드디어 1번을 달고 나온 전재복 시인의 시집 <시발(詩勃)>을 소개합니다. 출간회는 10.5일 인데요, 명색이 제가 출판사대표(^^)니까 홍보해야지요. 우리 지역의 보물시인이십니다. 이번 시집 글, 제목부터 너무 도발적인가요. 저의 도전적 성격이 드러나지요~~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남유정 시인의 <가을날, 그대를 생각한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가을날, 그대를 생각한다 - 남유정


꽃들이 보이지 않는다

영 사라졌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시 오고야 말 몸짓이다

사랑도

내게서 내게로 숨어들었거니

나무들은

제 몸에 감춘 꽃을

미리 꺼내지 않으니

더딘 걸음으로

애태우며 오는 것을 기다린다

기다린다는 것은

시간 속으로 걸어가는 것이니

저 먼 사막까지 마중하는 것이니

대추가 찬바람 속에서

마침내 붉어지듯

해금의 심장에서

자진모리로 우는 숨을 꺼내듯

견딜 만큼 견딘 구름이

단숨에 쏟아져 내리듯

기어이 한바탕 춤이어도 좋을 것이다


은파호수 석양풍경(문우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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