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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164

2024.9.29 문정희 <가을아마존- 향수를 위한 발라드>

by 박모니카

다섯 개의 감각 중 어느 감각이 발달해 있을까요. 남녀가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 것도 젊을때는 시각에 의존하지만 나이들수록 후각으로 치우친다 하네요. 서로의 향기가 좋은 사람에게 이끌린다는 말이겠죠. 며칠 전 아로마 오일 중 페파민트 용액 한 방울이 내는 향기로 하루내내 상쾌한 느낌을 간직했는데요, 마치 시원하고 청명한 향기를 담은 휴일을 보장하듯 오늘 새벽향기가 저절로 그렇습니다.


구월이 온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추석이다 보름달이다’ 하며 너무 놀아서 벌써 가버리는 마지막 휴일이 아쉽지요. 아마 오늘도 미끌거리는 미꾸라지처럼 시간은 달아나겠지만 그도 역시 다 제 할 일이 있어서 갈테니 무조건 서운해 하지는 않으렵니다. 말랭이 책방 옆 대추나무 대추알도 붉어지고 있고, 무화과 열매도 사각사각 달콤한 초침소리가 들리는 것은 그 속에 들어있는 시간덕분 일 테니까요.


어제는 수업도 즐겁게 하고, 책방에서 친구를 기다리는데, 젊은 청년이 말랭이 마을에 구경 왔더군요. 군산이 좋고 이 마을이 정말 아름다워서 살고 싶다고... 마을 주거 프로그램인 한달살기를 소개했네요. 외지인들이 신청하고 살면서 군산의 여러 곳을 SNS로 홍보하는 일을 하지요. 너무 좋은 정보라고 바로 신청하겠다고 했답니다.


인상도 좋고 말품도 넉넉하고 무엇보다 제게 다가오는 사교능력을 보면 이 젊은 청년이 마을에 오면 참 좋겠다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서울에서 북클럽에도 참여하고 있다네요. 종이책의 매력을 느낀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독서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젊다는 것이 이렇게 좋았던가‘ 하는 맘이 절로 일었지요.^^


일몰시간을 확인하고 친구과 새만금 노을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드라이브. 바다도 아니면서 바닷물이 들고나는 새만금 구획정리 구간으로,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비밀의 늪지대를 가로질러 떨어지는 해를 잡을 잡겠다고 신나게 달렸답니다. 소위 가을 바람, 잘 쐬고 돌아왔네요.


오늘은 써야 할 글도 있고요. 수업 후 시간 맞으면 또 다른 가을풍경 한번 만나러 가볼 예정입니다. 이왕이면 후각뿐만 아니라 육감까지 깨어나는 그런 절경이 어디 있을까 찾아보면서...문정희 시인의 <가을 아마존 – 향수를 위한 발라드>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가을 아마존 - 향수(香水)를 위한 발라드 - 문정희


숨결 한 방울로

감히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활시위를 당길 때마다 걸리적거리는 왼쪽 유방을

과감히 잘라버린 아마조네스의 여전사가

원시림 속에 펼친

마법의 침상


안개처럼 은밀하게

깃털처럼 부드럽게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황홀한 영토


슬픔처럼 사람을 파먹는 향수 한 방울이

내 비장의 무기이다


일순에 뼈 녹이고

젖가슴도 죄도 풀어버리게 하는

푸르고 깊은 가을 아마존*으로

너를 생포하러 간다


* Amazon

그리스 신화 속 여성 무사족 여전사 아마조네스의

이름을 딴 Hermes의 향수 이름.

그리스어로 ‘가슴이 없다’ 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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