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들과 한글날 여행을 약속하고 기다렸지요. 해외여행 이전에 우리나라 방방곡곡만 돌아도 수백 권의 글감을 얻을 수 있을 의외로 횡재하는 여행지가 있습니다. 어제 놀러 간 곳이 그랬습니다. 원래는 가을빛으로 아름다운 청산수목원의 핑크뮬리와 팜파스를 보러 가자 했는데요. 가는 길이라 간월도 간월암(看月庵)을 먼저 갔어요.
검색창을 두드리니, 간월도에 대한 상세정보가 많으니 한번 찾아보시고요, 저의 눈은 간월암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아니라, 바다 위에서 바라보는 간월암의 풍경에 머물렀죠. 썰물인 시간에 가서 바닷물 위에서 암자를 본 셈 이예요. 밀물이 되면 간월도 속의 간월암자는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형상이라네요. 하루 두 번씩 밀물과 썰물 때 30m 정도의 모래톱 길이 열려 섬과 육지가 된다고 합니다. 간월도는 '달빛을 본다'는 뜻으로, 조선시대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빛을 보고 득도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래요.
간월도의 명물 굴밥으로 점심을 먹고, 청산수목원에 가서 뮬리와 팜파스, 시든 연꽃잎, 코스모스,홍가시나무 등이 가득한 길을 산책하고요, 벗들과 핑크뮬리 세례받으며 커피담소도 나누고요. 입장료가 다소 비싸서 일부러 구석구석 더 들여다보며 구경했네요.
그 다음 찾아간 곳이 ’오마이갤러리‘라는 곳이었어요. 루브르미술관, 오르세미술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과 명화복제품을 전시한 곳. 관장님이 직접 재밌는 퀴즈로 설명과 선물까지... 올 2월에 파리 루브르를 다녀왔어도 까마득한 블랙홀이 되어 머릿속에 든 것이 없었는데,,, 복습 잘 한 셈이죠^^.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다양한 미술관 전시부스 체험 덕분에 즐거운 미술여행세계를 만날수 있어서 추천하고 싶군요.
바로 옆에 안면도 꽂지 해수욕장에 가서 일몰을 잡아볼까 했는데, 놓쳐서 아쉬웠지만, 해진 뒤의 풍경도 아름다워 이런저런 생각하며 좋은 사람들과 알알토란 가을 밤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밤 운전까지, 미약한 눈이 조금 혹사당하긴 했어도, 간월도부터 꽂지까지 바다를 실컷 보고 나니, 피곤함은 저 멀리에서 바라볼 뿐 얼씬도 못했지요...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맞는 말이예요. 사진으로 하루를 되돌아보면서,풍경과 인연을 선물 받은 만큼 누군가에게 베풀어야지 하는 맘으로 잠을 청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