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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Oct 14. 2024

당신봄날아침편지179

2024.10.14 신경림 <목계장터>

’책을 처방해줍니다‘라는 어느 서점 주인장의 말. 그녀의 경력을 보니 출판사편집인, 서점판매인, 대행서점코디를 거쳐 독립책방주인에 이르렀더군요. 나이에 비해 꼼꼼하고 세심한 준비단계를 거쳐서 자기만의 책방을 열기까지, ’참 생각이 깊다‘ 할 정도로 멋진 사장의 경험담을 읽었습니다. 자신이 읽은 책만을 추천한다는 주인장의 소신. 찾아오는 손님, 한 사람만을 위해 책을 권하는 따뜻한 마음. 진정한 책방주인 모습이었어요.      


그에 비해, 어느 날 문득 책방을 열고 책을 출판하는 일까지 하는 제가 너무 부족해 보였습니다. 학원보다는 부업이라는 핑계 하에, 너무 불규칙으로 책방을 운영하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도 했구요. 그러나, 제 삶을 타인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지금의 모습마저도 흐트려질까봐 당분간은 지금처럼 열심히 운영해야지 라고 생각하며 살짴 흔들렸던 갈대의 마음 꽉 잡았답니다.^^     


어제는 전주독서대전이 함께 열리는 2024전주 페스타(10.3-10.26)에 잠깐 다녀왔는데요. 북 부스를 한 바퀴 돌며 블로그로만 만나던 출판사와 책방주인들과 얘기도 하고, 책도 사고, 전주 한지페스티벌 코너에서 다양한 구경도 했어요. 언젠가 한 지인이 제게 말하길, 네트워커(networker)라고 하더니, 그 역할도 빈손으로는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지출을 하고 돌아왔네요. 그래도 책을 든 가방과 함께 마음만은 부자 같았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사진 수업이 있는 날... 숙제도 할 겸 지난주엔 가는 곳마다 사진촬영에 정성을 다했지요. 찍사가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목적과 이야기를 담고 찍어야 한다고 한 강사님의 말씀을 일주일 내내 기억했는데요.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작가의 의도가 담긴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는 말이었죠. 구성비율, 멋진 풍광도 중요하지만 작가의 마음과 소신이 들어있는 사진은 비율이 좀 다르더라도, 풍경이 부족하더라도 멋진 사진이 될 수 있다는 강의가 좋았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공부를 할지~~~   

    

날씨가 점점 싸늘해지지요. 금주부터는 단풍을 찾는 손객들이 바쁘게 전국을 움직이겠어요. 군산에도 풍경좋은 곳(월명산,청암산,은파호수,새만금 늪지대 등)이 많아서 가을정취를 더 가까이 느끼는데요, 가장 기다리는 것은 책방 옆, 노란 은행나무의 변신입니다. 오며가며 매일 나무에게 안부를 전하고 있으니, 곧 답변을 주겠지 싶어요. 시월의 중추(中秋)가 떠나기 전 더 멋진 풍경을 만나러 떠나야지요^^ 신경림시인의 <목계장터>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목계장터 - 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새우 끓어넘는 토방 뒷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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