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중 가장 슬픈 이별, ‘별세’한 김수미배우를 기억하는 추모마당이 말랭이 마을에 차려져서 헌화 후 방안을 둘러보았습니다. 오랫동안 티브화면에서 만났던 사람이라 그런지, 정말 마을 어머님들 뵙듯이 친근했습니다. 곧 이어 타지에서 온 방문객 두명이 헌화를 하러 들어왔지요. 마치 제가 상주도 아닌데, 그들의 방문이 고맙더라고요.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제 오전에는 주변에서 행사하는 다른 곳들이 많아서 정작 마을잔치에 참석한 사람들이 적었는데요, 오후가 되니, 각 부스에서 입주작가들이 바쁨신호를 보내더군요. 책방활동코너에서도 친구덕분에 시와 그림을 그리는 판넬체험이 잘 진행되었구요, 윗 책방에서는 귀한 분들이 다녀가면서 책도 골고루 선택, 왔다리 갔다리, 오르내렸더니, 하루가 저물더군요.
책방에 오는 젊은 방문객들 왈, ‘여기는 한강책이 있어. 당근마켓에서 웃돈을 얹혀 파는데...’라는 말을 듣고 좀 웃겼습니다. ‘그런일도 있구나’싶었서요. 그렇다고 젊은이들이 책을 사지는 않았지만요. 읽어보지 않고 한강 책은 어려워 라고 말하더군요...^^ 날씨가 좀 더워서 제가 드리는 음료 한잔에 쉬었다 가는 모습도 좋았지요.
저녁식사를 좀 특별한 곳으로 초대받았는데요. 군산과 서천(장항)을 잇는 동백대교 아래, 바닷물이 찰랑거리고 낫시꾼들이 터를 잡는 곳, 전팡판 야경으로 군산이 멋지게 보이는 곳에 캠프파이어를 펼치고, 먹거리를 손수 다 준비한 남편지인들의 초대였지요. 빈손으로 가기 미안해서, 또 제게 한강작가의 <흰>이라는 작품을 처음 건네준 지인이 계시길래, 저도 시집<시발>을 준비했어요. 혹시나 형편이 된다면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시낭독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면서요.
‘정말 잘했군 잘했어’을 연발할 만큼,,, 아니 남자들의 감수성이 그렇게 촉촉할 수가 있을까요.술한잔 살짝 들어가서 용기가 급 상승 한건지 한분도 주저하지 않았어요. 시집 제목에 한 마디씩 하시며, 휴대하는 마이크까지 꺼내어 들고 낭독시를 고르는 그들. 제가 작가의 마음이 되어 그들을 바라보니, 이 독자들과의 만남이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가 싶었어요. 선택한 시들을 낭독하는 모습도 영상으로 찍고, 그들의 소감도 듣고요.
그 중 한분께서는 바로 얼마전 그의 어머님께서 돌아가셨는데, 신기하게도 <허기>라는 시를 선택,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허기를 느끼고 있었던 중이었는데, 마침 이 시가 내게 왔다’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행복한 만남이란, 이렇게 시인과 독자가 한몸이 될 때 느끼는 감정에서 출발하는 것이죠. 저는 조금 일찍 자리를 떴지만 이 남자분들이 시집을 들고 시론을 나누었을 모습을 생각하니, 이 보다 더 한 기쁨은 없으리...모두 고맙습니다. 전재복 시인의 <허기>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