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 이기철 <별까지는 가야한다>
삶과 죽음이 한 몸인 것을 알았더라면...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살려고 사는 것 같지만 결국은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삶임을 알았더라면. 어느 순간 선승이 도를 깨우치듯 그것을 알았다해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겠지요. 그저 또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것 뿐.
어제는 시월의 마지막날, 영미권문화축제 ‘할로윈데이’를 맞아서 학생들을 위한 체험활동강연을 준비했어요. 할로윈의 여러 장식들을 학원안에 내 거는 것도 의미있겠지만, 우리 학생들이 꼭 이것만은 알고 공부하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우리 학생들만 해도 세월호 참사를 잘 모를 나이가 되버렸어요. 이태원 참사는 알아야하기에, 또 위급한 누군가를 보았을 때, 119에 신고하는 응급조치 한가지 만이라도 해도, 고사리 같은 어린친구 손이 귀한 생명을 구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군산의용소방대원들이 오셔서 응급조치법 설명과 시범을 보이고, 인체모형을 두고 학생들도 직접 심장압박을 체험해보고요. 기억할 몇가지 것들을 교육했지요.
첫째, 119에 신고하기
둘째, 환자와 타인과의 안전거리 확보하기,
셋째, 1분에 100-120번 정도, 5-6cm정도로 심장 압박하기.
넷째, 손과 양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온 몸을 실어서 압박하기
다섯째, 끊임없이 환자의 의식을 확인하는 말을 하기
여섯째, 구급대원이 와서 교체 할때까지 쉼 없이 압박활동을 하기 등등...
학교에서도 이런 활동들을 다 배워서 알고 있지만, 일상에서 꾸준히 잊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골든타임이 몇 분? 이냐는 질문에 ’4분요‘라고 대답한 학생은 작년에 누이를 잃고, 본인도 심장이 아픈 아이었어요. 학원에 나오긴 하지만 절반 이상을 병원에 다니고 있구요. 제 맘 속에서는 혹시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일이라, 아마도 이번 교육이 분명 우리 학생들 모두에게 중요한 시간이었다고, 어떤 역할을 할 때가 있을거라고 생각하지요.
행사를 준비한다고 전날부터 학원청소에 먹거리 준비와 만들기까지 하루종일 서성거리고 다녔더니, 정말 허리 다리,, 온 몸에 힘이 빠져서 오자마자 침대로 골인... 그런데 우리 복실이 때문에 새벽잠까지 설치고 그냥 주저 앉아서 이 새벽에 편지를 씁니다. 어느날부터 아주 가까이, 고요하게 밀려드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자락. 이제는 실체가 보여 만져지만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생깁니다. 하지만 오늘은 또 다른 새 달의 새 날. 분명한 것은 지금의 이 기억은 저 멀리가버리는 가을 바람. 새 마음을 채워주는 그 무엇이 와 있겠지요. 복된 첫 날 만드시게요. 이기철 시인의 <별까지는 가야한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별까지는 가야한다 – 이기철
우리 삶이 먼 여정일지라도
걷고 걸어 마침내 하늘까지는 가야 한다
닳은 신발 끝에 노래를 달고
걷고 걸어 마침내 별까지는 가야 한다
우리가 깃들인 마을엔 잎새들 푸르고
꽃은 칭찬하지 않아도 향기로 핀다
숲과 나무에 깃든 삶들은 아무리 노래해도
목쉬지 않는다
사람의 이름이 가슴으로 들어와 마침내
꽃이 되는 걸 아는 데
나는 쉰 해를 보냈다
미움도 보듬으면 노래가 되는 걸 아는 데
나는 반생을 보냈다
나는 너무 오래 햇볕을 만졌다
이제 햇볕을 뒤로 하고 어둠 속으로 걸어가
별을 만져야 한다
나뭇잎이 짜 늘인 그늘이 넓어
마침내 그것이 천국이 되는 것을
나는 이제 배워야 한다
먼지의 세간들이 일어서는 골목을 지나
성사(聖事)가 치러지는 교회를 지나
빛이 쌓이는 사원을 지나
마침내 어둠을 밝히는 별까지는
나는 걸어서 걸어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