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쁜 소식중의 하나는 뉘집 자식이 결혼을 한다는 말인데요. 아마도 제 자식들이 그런 대열의 나이로 접어들어가니 왠지 남의 일이 아닌 제 일 같아서 그런가봅니다. 특별한 애국자는 아니어도, 갈수록 인구수도 줄고, 청년세대들의 불안한 미래를 실제로 많이 느끼는 경우의 수를 많이 보니, 젊은 친구들이 결혼을 한다는 말 만으로도 참 기분좋습니다.
오늘도 후배딸의 결혼식.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물게 고등학교때 만나 10여년의 사랑을 키워 결혼에까지 골인 하는 후배의 딸과 그 짝꿍. 저도 곁에서 그 기간동안 함께 그들의 만남을 지켜보면서, ‘참 이쁘게도 만나는 커플이구나’ 싶어, 자식가진 부모로서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둘다 사회인이되어 결혼을 생각하더니, 드디어 올해초부터 오늘까지 후배님을 통해 결혼준비의 과정을 때때로 들어왔지요.
사실 저는 물질적인 결혼과정 - 결혼식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어디서 살지, 어떤 살림을 준비할지 등등 - 에는 관심이 그저 그러했구요. 일년내내 지켜 본 것은 신부의 엄마인 후배님의 자식 떠나보내는 마음이었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셀렘 속에 비치는 아쉬움과 슬픔이 공존하는 미묘한 감정‘으로 채워지는 그 마음을 보아왔습니다. 아마도 오늘이 그 감정의 정점에 서서 딸을 또 다른 세상으로 보내는 엄마가 되겠군요. ’만약 내가 저 후배라면...‘이라는 가정법을 흔들며 오늘의 결혼을 꼼꼼히 지켜볼께요...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
11월 마지막 결과(結果)를 똑 따먹는 날이군요. 살짝 보인 마지막 달력 한 장의 유혹에도 흔들림없이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며, 오늘 자신의 몸을 마법의 양탄자처럼 펼쳐줍니다. 그 위에 올라타서 저라는 붓으로 11월의 마지막열매의 모습을 다양하게 변화시켜보려고 합니다. 결혼식 참석하면서 시간을 내어 마지막 가을문이 닫히기 전에 낙엽한장이라도 사진에 담아두고 싶기도 하고요. 지난 이삼일 사이 강풍으로 인해 책방 옆 은행나무의 잎이 거의 떨어지면서 이제는 뼈만 앙상한, 그 속에 또 다른 봄을 기다리는 나무의 깊은 인내를 겨우내 함께 지내보자고 약속도 했기에, 모든 걸 내 보이는 모습도 사진을 담아둡니다. 마치 다시 볼수 없는 마지막풍경처럼 절실한 마음을 담아서요. 그래도 토요일 기온은 어제보다 더 올라간다하니 산책도 하시고 아랫목이 따뜻한 한방찻집에서 더 따뜻하고 보약이 되는 걸죽한 대추나 생강차도 한잔씩 마시는 오늘 만드소서. 이해인시인의 <11월에>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