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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니카 Nov 29. 2024

당신봄날아침편지225

2024.11.29 엘리자베스 브라우닝<그대가 나를 사랑하신다면>

겨울비가 왠지 더 반가운 것은, 벌써부터 설국으로 인한 일상의 불편함을 피하고 싶어서이겠지요. 매일 일정한 운전을 하는 입장에서 동절기 차량 점검도 아직 하지 않아서 추위와 눈이 더 오기 전에 안전장치를 점검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새벽입니다.      


요즘은 ‘우연히’라는 말이 맴돌아요. ‘내 의지로’라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오히려 ‘우연히’라는 고리가 주렁주렁 달려있는걸 느끼니까요.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는 행위도 모두 다 ‘우연히’를 먼저 넣고 보면 불편했던 일들도 달리보이고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책방을 열고, 우연히 시인들과 그들의 시 세상이 궁금해지고, 어느 날 한시, 근대시, 현대시 등 세부적인 분류에 따라 읽는 즐거움을 알게되고, 또 뒤늦게 영미시의 대표주자들을 매주 한 사람씩 만나는 일, 그 모두가 ‘우연히’ 이루어집니다. 어제 네 번째 영국여류시인이자 영국 문학사상 최고의 러브스토리 주인공이라고 불리우는 앨리자베스 배넛 브라우닝(1806-1861)의 사랑시와 그녀의 이야기기를 들으며, 이 시간 또한 '참 우연'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정지용 시인의 시 <내 맘에 맞는 이>라는 시 제목처럼, 사람이나 책이나, 특히 책 속에서 우연히 내 맘에 꼭 맞는 한 구절이 있다면 얼마나 기쁜 순간인지요. 자기 의지로 이루어진 결과로 느껴지는 행복의 강도도 높겠지만 예기치 않은 좋은 만남이야 말로 더없는 행복이지요. 그러나 그런 우연은 딱 한번에 이루어지지 않고 당첨될 확률이 높아지려면, 더 많이 ‘우연히’가 찾아올 어떤 행동들을 조용조용히 해야겠지요?? ^^   

  

11월의 마지막 금요일, 오늘은 한강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마치 우리 일처럼 축하해보자고 기획했던, ‘한강작품세계에 한걸음 더’가 있는 날이었어요. 그녀의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평을 받는 <희랍어시간>과 시집을 읽고 이런저런 수다를 나눠보고자 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의 맘이 바쁜가봐요. 책방에서 한강 작가 책을 구입하신 분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열려했던 행사였는데,, 아쉽게도 먼 훗날로 미뤄졌네요. 하지만 오로지 남는 것은 독서에 대한 저의 기쁨과 깊은 마음이었죠. 역시나 그녀의 작품은 남다른 세상으로의 출입문이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은 역시나 세상 모든 산물이 글과 시의 재료로 보이죠. 이미 알고 있던 구절도 다시 읽게 되면 다른 옷을 입고 나타나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해요. 오늘 그런 말의 표현과 놀람을 만나보실래요??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사랑시에서도 그런 만남이 우연히 다가옵니다. 

<If Thou Must Love Me - Elizabeth Browning, 소네트14>입니다봄날의 산책 모니카     


If Thou Must Love Me - Elizabeth Browning     


If thou must love me, let it be for nought

Except for love’s sake only. Do not say

“I love her for her smile -- her look -- her way

Of speaking gently, -- for a trick of thought

That falls in well with mine, and certes brought

A sense of pleasant ease on such a day”--

For these things in themselves, Beloved, may

Be changed, or change for thee, -- and love, so wrought,

May be unwrought so. Neither love me for

Thine own dear pity’s wiping my cheeks dry,--

A creature might forget to weep, who bore

Thy comfort long, and lose thy love thereby!

But love me for love’s sake, that evermore

Thou may’st love on, through love’s eternity.    

 

그대가 나를 사랑하신다면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그대가 나를 사랑하신다면 그것이 사랑만을 위한 것이

되게 하소서. 이렇게 말하지 마소서

“그녀의 미소, 그녀의 용모, 그녀의 점잖게 말하는 태도

때문에. 나의 것과 잘 어울려 그 어느 날 즐거운 편안함을

안겨준 그녀의 사고방식 떄문에 그녀를 사랑하노라“ 고

왜냐하면 사랑하는 이여 이러한 것들은 그 스스로도 

변할 수 있고 그대 때문에도 변할 수 있으니. 그렇게 

이루어진 사랑은 그렇게 와해될수 있는 것. 

제발 내 빰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그대 소중한 연민 때문에 나를 사랑하지 마소서

그대의 위로를 오래 받게 되면 우는 것을 잊게 될 것이고

그러면 그대의 사랑도 잃게 되나니

사랑을 위한 사랑만을 해주소서

그리하여 사랑의 영원함을 통하여 

그대가 계속 사랑할 수 있도록     


<참고, 엘리자베스 브라우닝과 그녀의 남편 로버트 브라우닝 과의 사랑이야기를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완주인문학당 가는 길에서

한강<희랍어시간>을 읽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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