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모니카 Dec 14. 2024

당신봄날아침편지240

2024.12.14 류근<반성>

서울로의 상경 고속버스가 모두 매진이라는 사진들이 올라오는군요. 모든 국민들은 달력에 오늘을 ‘결전의 날’ ‘탄핵승리의 날’이라고 표기하고 싶을거예요. 일주일 전과 달리 2차 탄핵소추안의 가결여부에 찬성표를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걸 보면 저도 역시 ‘가결되어야 할텐데... 저 어린 청년들과 노인들이 이 추위에 더 이상 고생하면 안되는데... ’하는 맘이 가득합니다.    

 

어제 군산에 포슬포슬한 둥근 눈이 내렸지요. 책방에서는 집중이 안되어 스터디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오는데, 눈발이 어찌 그리 이쁘던지요. 일부러 머리에 모자처럼 내려 앉히면서 조금 걸었답니다. 급작스레 눈이 쌓여서 운전에 걱정을 주는 것도 괴롭지만, 또 내려오면서 녹아버리는 모습도 서운하길래 말랭이 산으로 갔어요. 산 정상위 나무들이 서설(瑞雪)을 맞아들이니 분명 좋은 일만 가득할 것 같은 기분이었답니다. 그래서인지 뜻하지 않게 신입생상담도 세 번이나 했어요.^^     


오늘은 저도 2차 탄핵소추안 가결에 힘을 보태고자 다시한번 서울갑니다. 지난번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사람들이 쏟아져나올 것으로 예상하지요. 하지만 지난주 청년들의 그 열기속으로 들어가보면 이번엔 정말로, 진짜로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아 그 역사의 현장에서 꼭 있어야 할 것 같아 올라갑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할 일도 많은데, 이 말도 안되는 정국 때문에  많은 일들이 지체되고 있긴해요.~~~ 그래도 투쟁상경버스에 몸을 싣고,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겨울산이 내뿜는 호흡을 들이마시면서 심신을 다시 정리하는 시간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리라 믿습니다. 오늘은 류근 시인의 <반성>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반성 류근     


하늘이 함부로 죽지 않는 것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별들이

제 품 안에 꽃 피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조차 제 품 안에서 평화롭기 때문이다

보아라, 하늘조차 제가 낳은 것들을 위해

늙은 목숨 끊지 못하고

고달픈 생애를 이어간다

하늘에게서 배우자

하늘이라고 왜 아프고 서러운 일 없겠느냐

어찌 절망의 문턱이 없겠느냐

그래도 끝까지 살아보자고

살아보자고 몸을 일으키는

저 굳센 하늘 아래 별이 살고 사람이 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