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3 안도현<숭어회 한 접시>
탄핵관련 수 많은 말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이제는 욕도 아까운지경에 이르러 인간의 최대 비참함을 느끼게 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오른 그가 어쩌다가 저렇게까지 되었을까요. 국민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말을 너무도 쉽게 내 뱉는 그를 보면서 참담함을 느꼈습니다. 두려움이 극치에 다다랐을때의 반사적 행동이랄까요. 너무도 슬픈 일입니다.
전 국민의 일상이 깨어진지 열흘... 십년도 더 된 불안과 좌절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룩한 우리나라의 위상인데, 3년도 되지 않아서 경제 정치 문화 교육 등의 모든 시스템이 주저앉으려 하는지. 이제라도 스스로 퇴진을 하라고, 그래야 몸이라도 살수 있다고 간곡하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자식이 없는 그는 결코 알수 없겠지만, 한 공수부대원의 딸이 반란자의 딸이라는 손가락짓을 받았답니다. 평생을 자랑스런 군인 아버지로 존경했던 그녀는 얼마나 비참할까요. 투입된 모든 젊은 군인들이 영문도 모른채 국가 반역자의 줄에 서야만 하는 이 사태를 이토록 모를수가 있단 말입니까. 자식을 둔 부모로써 너무도 슬픈일입니다.
오늘이라도 나라에 새 국면이 오는 소식이 있길 희망합니다. 모두가 사는 법과, 지은 죄를 달게 받고 참회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는 것을 알기를 소망합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겸허한 송년과 희망찬 새해를 준비하는 것도 벅찬 일인데, 12월이 역사에서 씻기지 못할 오점의 날이 새겨질 것이 애석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할 일을 묵묵히 해야합니다. 저는 올해 1월부터 발송된 아침편지글이 어떤 시로서, 어떤 에피소드로서 채워졌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매일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 저의 기록이자 유산이니까요... 윤통이 안도현시인이 군산을 노래한 <숭어회 한 접시>를 읽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봄날의 산책 모니카
숭어회 한 접시 – 안도현
눈이 오면, 애인 없이도 싸드락싸드락 걸어갔다 오고 싶은 곳
눈발이 어깨를 치다가 등짝을 두드릴 때
오래된 책표지 같은 群山, 거기
어두운 도선장 부근
눈보라 속에 발갛게 몸 달군 포장마차 한 마리
그 더운 몸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거라
갑자기, 내 안경은 흐려지겠지만
마음은 백열 전구처럼 환하게 눈을 뜰 테니까
세상은 혁명을 해도
나는 찬 소주 한 병에다
숭어회 한 접시를 주문하는 거라
밤바다가, 뒤척이며, 자꾸 내 옆에 앉고 싶어하면
나는 그날 밤바다의 애인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이미 양쪽 볼이 불콰해진
바다야, 너도 한 잔 할래?
너도 나처럼 좀 빈둥거리고 싶은 게로구나
강도 바다도 경계가 없어지는 밤
속수무책, 밀물이 내 옆구리를 적실 때
왜 혼자 왔냐고,
조근조근 따지듯이 숭어회를 썰며
말을 걸어오는 주인아줌마, 그 굵고 붉은 손목을
오래 물끄러미 바라보는 거라
나 혼자 오뎅 국물 속 무처럼 뜨거워져
수백 번 엎치락뒤치락 뒤집혀 보는 거라
<사진, 지인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