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2 송경동 <삶이라는 도서관>
’커다란 정신적 상처를 뜻하는 라틴어 트라우마(Trauma)‘ 오늘 12.12라는 숫자만 보아도 과거의 어떤일(소위 12.12사태, 전도환과 노태우의 군사반란)이 떠오르는 것, 이런 것이 정신적 상처겠지요. 그 당시 어린 학생이었던 제가 직접 경험한 바는 아닐지라도, 끊임없이 들어온 악의 축이 이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과정을 거쳐 이 땅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아주아주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기이하고도 미친 일들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임을 간접 체감하는 것이지요.
제 세대 전후한 수 많은 사람들과 이제는 2030청년이 된 저희들의 자식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다시 또 새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움직임에 동참해야 된다고 말하고 글쓰는 것만으로도, 저는 나름, 사회 구성원으로 잠재적으로 지녔을 부채감을 씻어내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어제는 ’군산촛불행동’이 매일 행사하는 탄핵운동에 대한 보고를 몇몇 문우들에게 글로 말했습니다. 우리가 여의도까지 가지 않아도, 꼭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각 지방에서 열리는 모든 탄핵을 위한 행사에 소요되는 것들, 피켓, 등불, 문구판, 손난로 하다못해 방석에 이르기까지 누군가의 희생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일이지요.
진정으로 현 시국을 다시 바로잡기를 원하는 국민이라면 최소한 활동가들에게 후원해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정당관련 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더 자유롭게 대변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되어야만 우리의 후손들이 이 나라, 이 세계의 당당한 주인이 되는 것이라 봅니다. 다행스럽게도 50여명의 지인들에게 ‘활동가들에게 후원합시다. 단 돈 1000원이라도...’라는 문자를 띄웠는데,,, 몇몇분이 바로 화답해주셨나봅니다.활동단체에서 감사의 전화가 왔음을, 그리고 너무도 큰 힘이 되고 있음을 전해달라 했습니다.
토요일 2차 탄핵소추안을 앞두고, 불안과 기대가 교차되는 날이 이삼일간 지속 되겠지요. 어제 학원에 갔더니 한 지인께서 상경때 쓰라고, 손난로와 빛봉을 놓고 가셨더군요. 저도 젊은 청년들처럼 봉의 빛을 밝히고 흔들어대니, 우리 어린 학생들이 좋아라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어린아이까지도, ‘탄핵’이라는 말을 알고 있으니, 마음이 씁쓸하기도 했고요. 하여튼 매일 기도합시다. 나라가 있어야 국민이 있고, 국민이 이 나라를 만들었음을 기억합시다. 오늘은 도서관에 가서 할 일 하면서 마음속으로 기도하는 날... 송경동시인의 <삶이라는 도서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삶이라는 도서관 – 송경동
다소곳한 문장 하나 되어
천천히 걸어나오는 저물녘 도서관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게 말하는 거구나
서가에 꽂힌 책들처럼 얌전히 닫힌 입
애써 밑줄도 쳐보지만
대출 받은 책처럼 정해진 기한까지
성실히 읽고 깨끗이 반납한 뒤
조용히 돌아서는 일이 삶과 다름없음을
나만 외로웠던 건 아니었다는 위안
혼자 걸어 들어갔었는데
나올 땐 왠지 혼자인 것 같지 않은
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