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모니카 Dec 15. 2024

당신봄날아침편지241

2024.12.15 이해인<12월의 촛불기도>

대통령탄핵소추안가결의 생생한 현장에서 소녀시대 노래 <다시 만난 세계>를 젊은 청년들과 함께 부르고 대열에 선 사람들과 승리의 환호성을 나누며 군산으로 내려오는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습니다. 버스에서는 다시한번 민중가요 ‘산자여 따르라’를 부르며 우리가 피어낸 민주주의 꽃의 향기를 느끼며 모두가 행복해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야당대표의 말처럼, 이제야 작은 산 하나를 넘었을뿐이지요. 8년전 박근혜 탄핵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무서운 세력들이 가득합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검사집단’입니다. 윤석렬정권 내내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우리는 분명 민주공화국인데, 어느날 이 나라가 검사들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으니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헌재의 판결이 나올때까지 우리모두 침착하게 우리 할 일을 해야합니다. 매일 상경하지 않아도 군산에서 할 일이 있고, 집에서 할 일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든지, 언제든지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이 나라의 주인은 바로 나다’     


나이든 기성세대로서 가장 기쁜 일은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들을 만난 사실입니다. 바로 10대부터 30대의 수 많은 젊은 청년들이 정치와 사회구성원으로서 본 무대에 등장한 일이지요. 얼마나 기특하고 고마운지 모르겠어요. 나이든 우리들이 전폭적으로 그들의 밑거름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오늘 하루라도 이 땅의 젊은이들을 위해 감사기도 하겠습니다. 이해인시인의 <12월의 촛불기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12월의 촛불 기도 이해인     


향기 나는 소나무를 엮어

둥근 관을 만들고

4개의 초를 준비하는 12월

사랑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기다리며

우리 함께 촛불을 밝혀야지요?     


그리운 벗님

해마다 12월 한 달은 4주 동안

4개의 촛불을 차례로 켜고

날마다 새롭게 기다림을 배우는

한 자루의 초불이 되어 기도합니다     


첫 번째는 감사의 촛불을 켭니다

올 한 해 동안 받은 모든 은혜에 대해서

아직 이렇게 살아 있음에 대해서 감사를 드립니다

기뻤던 일, 슬펐던 일, 억울했던 일, 노여웠던 일들을

힘들었지만 모두 받아들이고 모두 견뎌왔음을

그리고 이젠 모든 것을 오히려 '유익한 체험' 으로

다시 알아듣게 됨을 감사드리면서

촛불 속에 환히 웃는 저를 봅니다   

  

비행기 테러로 폭파된 한 건물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뛰어나오며

행인들에게 소리치던 어느 생존자의 간절한 외침

"여러분 이렇게 살아 있음을 감사하세요!" 하는

그 젖은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두 번째는 참회의 촛불을 켭니다

말로만 용서하고 마음으로 용서 못한 적이 많은

저의 옹졸함을 부끄러워합니다

말로만 기도하고 마음은 다른 곳을 헤매거나

일상의 삶 자체를 기도로 승화시키지 못한

저의 게으름과 불충실을 부끄러워합니다     


늘상 섬김과 나눔의 삶을 부르짖으면서도

하찮은 일에서조차 고집을 꺽지 않으며

교만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했던 날들을

뉘우치고 뉘우치면서

촛불 속에 녹아 흐르는

저의 눈물을 봅니다     


세 번째는 평화의 촛불을 켭니다

세계의 평화

나라의 평화

가정의 평화를 기원하면서 촛불을 켜면

이 세상 사람들이 가까운 촛불로 펄럭입니다

사소한 일에서도 양보하는 법을 배우고

선과 온유함으로 사람을 대하는

평화의 길이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촛불 속에 빛을 내는

저의 단단한 꿈을 봅니다     


네 번째는 희망의 촛불을 켭니다

한 해가 왜 이리 빠를까?

한숨을 쉬다가

또 새로운 한 해가 오네

반가워하면서

다시 시작하는 설렘으로 희망의 노래를

힘찬 목소리로 부르렵니다  

   

겸손히 불러야만 오는 희망

꾸준히 갈고 닦아야만 선물이 되는 희망을

더 깊이 끌어안으며

촛불 속에 춤추는 저를 봅니다     


사랑하는 벗님

성서를 읽으며 기도하고 싶을 때

좋은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마음을 가다듬고 촛불을 켜세요

하느님과 이웃에게 깊이 감사하고 싶은데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촛불을 켜고 기도하세요   

  

마음이 불안하고 답답하고 힘들 때

촛불을 켜고 기도하세요     

촛불 속으로 열리는 빛을 따라

변함없이 따스한 우정을 나누며

또 한 해를 보낸 길에서

또 한 해의 길을 달려갈 준비를

우리 함께 해야겠지요?

<시민단체 군산 하제 팽나무와 함께 여의도에서 함성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