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6 유한나 <12월>
이제는 부드러운 온화한 음식물만 먹도록해요. 평생 써 온 저의 치아가 말합니다. 더 이상 힘들여 일하고 싶지 않다고요. 요 며칠 치아뼈가 녹아 내릴정도로 염증을 방치했다고 결국 발치까지, 사오개월 뒤 임플란트까지... 치아로 인한 불편함이 연말을 장식하네요. 무엇보다 크게 웃을수 없어서 마음 한쪽이 답답하기도 하고요. 이제는 건강에 신호가 오는 무엇이든지, 지체하거나 방치하면 안되는 나이가 되어나봐요.
얼마전 친정엄마가 김장을 하면서 겨울눈을 한번 맞은 배추나 무가 더 달고 맛있다고 했었는데요. 어제는 지인께서 알타리 무를 밭에서 뽑아서 챙겨두셨다고 말해서 욕심많게 가져왔습니다. 그분께서 잘 익은 무 하나를 와싹하고 씨는 소리가 어찌나 시원하고 맛있게 들리던지요. 동생짝꿍에게 무 김치를 담아달라고 했더니 금주간은 바쁜일정이라네요. 어찌 제가 혼자 해봐야 하는 것인지, 정성껏 준 무를 맛있게 담아서 골고루 나누고 싶은데, 맘만 앞섭니다.
지난 십여일동안 전국민에게 평생 한번도 없을 분노의 감정폭탄을 안겨준 나라의 리더 때문에, 아침편지 역시 소소한 일상을 쓰고 싶었던 저의 의지가 저 멀리 있었습니다. 이제야 조금씩 제 자리를 찾으며, 정치인들의 소리는 덜 듣고,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네요. 지금부터라도 장작의 화기를 줄여서 보름 여 남은 올해를 잘 보내고 싶기에...
‘올해도 열심히 살아왔는가?’라는 지인의 질문에 대뜸 ‘그렇지요‘ 라고 답할만큼 열심히 살았습니다. 사실 글자대로 ’열심히‘라는 말에 진실인가를 다시 물어본다면 머리를 내밀던 자신감이 금새 머리를 쏙 닿고 들어가겠지만, 아마도 어쩌면 그렇게라도 답해야 새 해 새 날을 준비하는 일이 무겁지않게 느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올 한해 저를 있게 한 많은 분들에게 하루 하루 소분하여 감사기도를 드려야겠습니다. 잊을까 모르니, 메모라도 해서 기억해야겠습니다. 오늘은 유한나시인의 <12월>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12월 - 유한나
만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왔던 길을 돌아가기 위하여
가벼웁게 뒤돌아서는 일
숱하게 마음을 연습시켜야
사뿐히 돌아 설 수 있는 것
아무렇지도 않게
표정도 없이
마치 혼자서
잘못 들어선 길을 돌이키 듯
발 걸음을 옮길 수 있어야 하는 것
사람은 가벼운 길을 나서 듯
아주 떠날 수있는 것이고
가도 가도 닿지 않는 길처럼
끝내 멀어지며
마지막 인사도 없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길로
흘러가 버릴 수도 있는데
12월엔
까닭없이 멀어진 사람도
가슴깊은 곳에서 숨쉬는
사진 한 장처럼 쉽게
꺼내 볼 수 없는
그리운 사람도
만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