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5 안준철 <겨울연밭에 가는 마음>
오랜만에 들른 책방이 주인을 환하게 맞이해주더군요. 남쪽나라 봄빛을 가져오는 줄 알고 있었는지, 어느새 책방의 반사된 겨울창문엔 노란 기운이 가득했어요. 다만, 풀이 잔득 죽어있는 국화꽃 화분들의 남루한 모습과 다육이손들의 얼얼한 모습에 아직도 겨울이구나 싶었습니다. 정원사들은 저토록 시든 꽃들도 멋지게 만들어 놓던데,,, 어찌 저한테는 마땅한 재주가 없어서 책방 밖 모든 식물들에게 정말로 미안했어요.
때마침, 안준철시인께서 보내준 시 한편을 읽고자 글문을 열었는데, 겨울 연밭풍경이었어요. 안시인께서는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시집에 첫장부터 끝장까지 오직 연꽃이야기만 쓰셔서 연꽃시인이라는 별칭이 있지요. 연꽃대들이 꼿꼿이 서 있는 연못풍경, 수심 깊은곳에서 올라오는 사색의 마음줄. 그것을 표현한 안시인의 사진들에게 홀딱 반하여 겨울 연밭으로 가는 안시인의 마음에 제 마음도 한 술 얹어놓았습니다.
스마트폰 사진촬영이 아니라, 소위 DSLR 사진기로 찍으신 건가? 품격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이 참에 사진기 한 대 구해봐? 심란한 마음이 요리조리 왔다갔다 했지만... 제가 누군가요. 불필요한 소비에는 절대 No라고 말하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으로서 5분도 채 되지 않아, 이내 마음은 평정되었지요. 얼마전 구입한 스마트폰 울트라만 가지고서도, 없는 재주까지 다 펼칠수 있을만큼 기능들이 호화찬란하기에... 사진영상의 표피보다, 사진속에 담긴 스토리가 더욱 중요하니 스마트폰을 못해도 5년은 써야지 라고 다짐까지 했네요.
하여튼 일주일간 군산부재에 따른 수많은 일들을 처리하는 와중에 시인님의 시와 사진덕분에 큰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꽃이 반드시 개화시에만 향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듬속에서도 더 치열하게 향기를 피워낸다는 진리를 느낄 나이는 되었기에 저는 오로지 ‘기다림’의 자세로 정좌하며 봄을 그리렵니다. 오늘의 논어구절은 樂在其中(락재기중) - 인생의 즐거움은 어디에도 있다, 술이편15 –입니다. 안준철시인의 <겨울 연밭에 가는 마음>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겨울 연밭에 가는 마음 - 안준철
가끔 겨울 연밭에 간다
그러고 싶은 마음이 먼저지만
그래야 할 것 같은 마음도 있다
어떤 마음이든 내 마음일 뿐이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 연밭에서
추운 얼굴로 잠시 서 있다가 와도
연꽃은 내가 다녀간 지도 모를 거다
내 마음은 그렇지 않다
내가 겨울 연밭에 다녀간 것을
꽃들도 알 거라고 믿는다
나는 내 마음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