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14 김종해 <그대앞에 봄이 있다>
‘한권의 책은 우리안의 얼어 붙어있는 바다를 깨는 도끼’ 이말은 프란츠 카프카의 말로 널리 알려져있지요. 유명광고카피라이터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시리즈를 포함해 책과 글의 중요성을 말하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곤 하지요. 독일문학전문가 괴테할머니 전영애씨의 책을 읽다보니, 당연히 카프카의 글쓰기 초기 모습을 보게되었죠. 그러다가 저도 문득 ‘도끼’라는 이 도구가 던져주는 강인한 이미지를 생각해보았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질이 좋은 도끼 수천만개가 모여도 좋은 책 한권안에 들어있는 글자 하나를 이길수 없다는 사실까지도요.
잠이 오지 않아서, 머리맡의 책들을 양념 찍어먹듯이 쬐끔씩 읽으면서 학생의 질문하나가 생각났네요. “원장님, 왜 꼭 책을 읽어야 해요? 영상도 재밌고 정보도 많잖아요.” 이제 중학생되는 학생치고는 상당히 수준높은 질문이지요??^^ 영상시대에 사는 학생들에게는 저의 추상적이고 감상적인 말이 아마 와 닿지 못할거예요. 책 종이를 만질때의 질감이 제 몸을 부드럽게 둘러쌓아 줄때의 느낌, 책속의 활자 하나하나가 영양제 알약처럼 제 눈을 밝혀주는 신비로움, 맘이 불안할 때 어떤 책이든 들고나면 저절히 평화가 찾아오는 순간들, 무엇보다 책 속에서 만나는 수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등을 학생이 다 이해하기가 어려울거예요.
박성우 시인의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의 ‘정읍칠보우체국의 우체부 셋’을 읽으면서 정읍에 가면 이 우체부들의 따뜻한 마음을 나도 직접 느껴보고 싶고, 전영애박사의 <괴테할머니의 인생수업>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독일에 간다면 지난번 가보지 못했던 ‘괴테거리’에 가서 그곳 사람들과 꼭 말해봐야지 하는 생각, 박완서작가의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을 읽으면서 그 분이 다시 오신다면 ‘겨울나무 같은 사람이 되자, 삶의 봄을 만들자’ 라는 말을 친필로 싸인도 받아보고 싶은 마음... 이런 마음들이 쌓이고 쌓여 저절로 즐거워지고 행복해집니다.
말씀 드린대로, 한쪽씩 일지라도 매일 ‘책 읽는 기쁨‘을 느낀다면 세상은 저절로 아름다워지겠지요. 아름다움의 ’나 답다‘의 고어라 하니, 저절로 세상의 주인으로 우뚝서는 자신의 모습을 만날 수 있겠지요. 시300 필사팀의 활동이 이제 이틀째인데, 회원들의 열정이 보통 이상이네요. 제가 그분들게 바라는 건 ’매일‘이라는 단어입니다. 아침편지를 받고 하루 늦게 오신 책방손님도 계시구요. 아마도 도전하신 모두, 매일 매일 엄청난 자신의 변신을 만끽하실겁니다. 설마 카프카의 변신에서 나오는 00은 아닐테니까요~~ 오늘의 논어구절은
朝聞道夕死可矣(조문도 석가사의) -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이인편 –입니다. 김종해시인의 <그대앞에 봄이 있다> 들려드려요. 봄날의산책 모니카
그대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