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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301

2025.2.13 전재복 <안개>

by 박모니카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1초도 하지 않을 저의 성격을 잘 들여다보네요. 언제부터 이렇게 능동적으로 살고 있었을까 하고요. 어린시절엔 하도 엄격했던 부모덕분에 제 주장을 편 적이 없었는데, 단지 혼자서 책은 잘 읽었었다고 엄마는 말씀하시죠. 그러고보면 제 부모님은 제가 책만 들고 있어도 기특해하시고 심지어 설거지할일도 봐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비록 부모님이 원했던 사회적 지위를 얻진 못했어도 늘 공부하는 책상머리로 먼저 보내주셨던 그 분들의 마음에 눈물겨워집니다.


아침부터 왜 이렇게 책 이야기를 하냐구요. 인간은 누구나 문자와 글에 대한 호기심과 배움의 욕망으로 태어나나 봅니다. 올해 ‘봄날의 산책’ 기획시리즈로 <시삼백사무사>반을 열었는데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지요. 공자님이 시 300개를 읽으며 즐기면 마음에 사악함이 없어진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올해안에 매일 시 필사 300에 도전할 분들을 찾았지요. 양심껏 매일 시필사하여 올해 12월에 필사노트를 보여주면 제 책방에서 선물을 드리겠다고 했어요. 아마도 이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분들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엄청난 보물을 얻게 될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올해도 <봄날>에서 몇 가지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데요. 주된 가지는 ‘책 읽고 글 쓰는‘ 행위, 그리고 ’책 출간‘까지를 협조하는 일이지요. 소재로는 올해도 역시 ’시읽기‘를 대중화시키는 일입니다. 책을 읽는 이유가 각양각색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세상으로 건너가는 허들‘ 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요즘같이 문자홍수 시대에 ’시읽기‘는 허들의 높이를 조절하기에 참으로 유용한 도구이자 수단이구요. 글읽기의 즐거움을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낭독도 해보고 필사까지 해보면 금상첨화이지요. 3월 초록봄이 오기전에 한번 도전해보세요. 오늘의 논어구절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학이편 – 이젠 입에 붙어있는 구절이지요?? ^^ 전재복시인의 <안개>를 들려드립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안개 - 전재복


얼음장 밑에서

죽은 듯 숨죽이고 있었어

당신의 혈관에 스며들어

뜨거운 피로 흐르고 싶은

열망을 누르며


간교하게 집적이는 바람의 혀끝을

사정없이 물어뜯은 새벽엔

번득이는 창끝에 아스라이 매달려서

이건 현실이 아니라고 악을 쓰다

악몽에서 깨어났어


멋대로 풀린 시간은

느린 걸음으로 흘러가고

헐벗은 누군가는 얼어 죽었단

소문이 돌았지

수군거림이 모여 따뜻한 눈물이 되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언 가슴을 녹이는 따뜻한 비

견고한 얼음 빗장이 풀리고

자유를 촘촘히 입고 날아올랐지

웅크렸던 사지를 풀어

회색도시를 유영하며

부드러운 입맞춤으로 생명을 깨웠어


아, 그리고 당신의 혈관으로 스며들어

뜨거운 피로 흘러갈 거야

두근두근 물살을 일으켜

꽃으로 노래로

희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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