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16 박노해 <아직과 이미 사이>
‘가자 가자 싸우러가자’ 라는 노랫말 가사를 핏켓과 함께 율동으로 외치는 제가 너무 이상해 보였나봐요. 원래 저는 정치나 사회, 나랏일 세상일 등 공적일에 관심이 많긴 하지만, 집회현장에서 처음 만난 저의 모습이 딸에게는 낯설어보일 수 있었을거예요. 어제의 집회현장에는 딸도 나오라해서 잠시 같이 있었는데요, 제가 원했던 것은 오로지 하나...‘몸으로 느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단 한번이라도 체감해보아야 그 많은 디지털이미지들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 세상의 소리에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게 됩니다. 하여튼 어제 군산 촛불행동팀과 버스상경, 운영진들의 헌신적인 배려하에 아주 편하게 즐겁게 다녀왔습니다.
지난번 여의도광장에서는 2030 여성들의 응원봉이 눈길을 끌었다면, 어제 제 눈에 들어온 것은 젊은 청년개인들 하나하나가 들고 있는 깃발봉이었습니다. 한 개인 시민이 한 단체보다도 더 큰 목소리로 사회에 경적을 울리고, 개인들의 깃발이 모여서 물결과 파도를 만드는 현장을 한참 걸었습니다. 깃발의 내용을 읽어보면서 정말 신세대의 생각들이 하늘을 뚫는구나 싶어서 이번에도 밝고 희망의 에너지를 듬뿍 받았답니다.
12.3내란사태 발발 이후 벌써 2개월을 훌쩍 넘기니, 사람들의 맘 속에 부정한 사회에 대한 익숙함, 진부함이 느껴지지요. 요동보다 더 무서운 것은 ‘체념’입니다. 저도 역시 일말의 그런 느낌이 들어와서 비상약으로 현장에 간 것이지요. 헌재의 재판과정을 지켜보는 우리 국민, 모두가 판사가 되고, 변호인이 되는 상황,,, 이제 조금만 더 마음을 모으고 응원하면 일선에서 직접 뛰는 수 많은 사람들(국회의원부터 일반시민까지)이 이 사태의 결론에 맺을 수가 있습니다.
오늘은 일요일, 고요와 평화속에 이끌려 들어가길 좋아하는 날^^ 마음을 편하게 하는 책장 펴고 뒹굴뒹굴 거려볼까요... 논어구절은 見義不為,無勇也(견의불위 무용야)- 의로운 일을 보고도 하지 않는 것은 용기가 없는 것이다. 위정편 –입니다. 박노해시인의 <아직과 이미 사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아직과 이미 사이 – 박노해
´아직´에 절망할 때
´이미´를 보아
문제 속에 들어 있는 답안처럼
겨울 속에 들어찬 햇봄처럼
현실 속에 이미 와 있는 미래를
아직 오지 않은 좋은 세상에 절망할 때
우리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삶들을 보아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보기 위해선
먼저 허리 굽혀 흙과 뿌리를 보살피듯
우리 곁의 이미를 품고 길러야 해
저 아득하고 머언 아직과 이미 사이를
하루하루 성실하게 몸으로 생활로
내가 먼저 좋은 세상을 살아내는
정말 닮고 싶은 좋은 사람
푸른 희망의 사람이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