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19 장석남 <옛 노트에서>
다시 공부할 기회가 있다면... 혹시 법공부?라는 생각이 들만큼 요즘 법관련 용어들을 여러영역에서 많이 듣고 있는데요. 어제는 부동산법에 의거하여 ’00입니다‘라는 표현을 수차례 들었습니다. 그중 하나, ’전대‘ 라는 말은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전세‘라는 표현처럼 매우 독특하고 기이한 형태의 임대 중 한 형태더군요. 현재 저는 임대빌라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귀쫑긋하며 새로운 용어하나를 배웠답니다.
그러더니, 각 건물에 붙어있는 임대니 전세니 매매니 하는 말들이 어찌나 많이 보이던지요.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표현을 갖다 붙이기에 애매하지만 묘하게 와 닿았습니다. 사실 제 책방도 군산시에서 입주작가들에게 임대한 경우이지요. 공짜로 사냐고, 책방도 다 만들어준거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요. 아쉽게도 그렇지 않네요.^^ 전기와 수도 등 소위 관리비는 무료군요. 그래서인지, 임대한 작가들에게 매우 은혜를 베푼것처럼 말하는 시 관련자들과 다소 불편한 만남이 있었어요.
긴 이야기는 어렵지만, 말랭이마을이 문화마을로 가는 초석이 되고 싶은 맘에 책방을 기획했던 제 맘에 상처가 생긴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요... 하여튼 임대로 살든 내 집에 살든, 어떤 형태의 주거에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어젠 다른 생각이 물밀듯 밀려오는 날이었습니다. ’나도 내 땅, 내 집으로 된 책방하나 갖고 싶다!!!‘라는 마음이 우뚝 솟아났거든요. 그런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요.
오늘은 줌으로 하는 시강독이 있는 날,,, 긴 시간이라 맘의 무장을 하고 읽을 시도 혀에 잘 달라붙도록 연습도 좀 해볼랍니다. 치과치료를 받는 중이라, 자꾸 말이 새어나가서 헛말이 되기도 하더군요. 하느님이 다 알아서 만들어놓은 존재, 구성물 무엇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니까요. 논어구절은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불환인지부기지, 환부지인야)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라, 학이편-입니다. 장석남시인의 <옛노트에서>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옛 노트에서 – 장석남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작품제공, 동네카페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