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20 김명기 <시인>
’나의 시는 체득(體得)을 통해서만 나옵니다. 내 몸을 통과한 시, 그것을 리얼리즘이란 표현보다 굳이 사실주의라는 말을 더 쓰고 싶은 이유가 있지요.‘ 라고 김명기 시인은 말했습니다. 어제도 ’줌으로 만나는 시강독‘ 2월의 시간이 있었는데요. 항상 그렇지만 한권의 시집을 다 읽고나면 시인의 세상속에서 함께 걸어다니며 이런저런 따뜻한 수다를 나눈 것 같아 왠지 더 깊은 동지애를 느끼곤 하지요. 특히 비슷한 연배의 시인들에게서는요.
그의 시집 <돌아갈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에 수록된 55편의 시. 극히 사실적인 묘사를 중심으로 정확하고 날카로운 문장 한 줄로 사람의 심장을 떨리게 하고 양심을 일으키는 시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2부작 –실려가는 개들(13편)-은 유기동물 구조사로 일하면서 느꼈던 시인의 사유와 그가 사람들에게 말하고 진실이 온전히 들어있습니다. 너무 비극적인 시어가 많다고 느끼는 독자들도 많다지만, 저는 슬픔과 눈물을 자아내는 그의 시어들이 마치 정수리에 쏟아지는 차디찬 물 같아서 그 진실성에 오싹하기도 했답니다.
중장비기사, 해양어선동행자, 유기동물관리사 등등... 책상 앞 펜대를 굴려본 적이 없었을 그의 이력은 그래서 살아있는 시를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것이라 봅니다. 시인은 누가 인가라는 이웃집 할매의 물음에 ’실없는 짓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세상에 경제적 물리적 이득을 하지 않는 수 많은 사람들을 시인으로 등극시키는 마법을 가진 시인이었습니다. 저도 매일아침편지라는 ’실 없는 짓‘을 하는 이 모습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잔잔한 미소로 기억될수 있다는 작은 희망도 가져보았습니다.
그의 시 중에 <큰사람> 이란 시에서처럼, 그는 정말 키도 크고(182cm) 덩치도 크다고 말하더군요. 그의 할머니가 큰 사람되거라 했던 말처럼, 큰사람이 정말 큰...사람이 되어서 독자들 앞에 서 있었답니다. 말의 매무새가 찬찬하고 진실되어서 시인과의 만남이 더욱더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긴 시간동안 함께 동행해준 시인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독자가 할 일 중 하나는 그의 시집을 읽어보는 일... <종점식당>이란 시집과 함께 추천합니다. 오늘의 논어구절은 人之生也直, 罔之生也幸而免 (인지생야직, 망지생야행이면) - 정직이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다. 그것이 없이 사는 것은 요행히 죽음을 면한 것이다. 옹야편- 김명기시인의 <시인>이란 시를 들려드려요. 봄날의산책 모니카
시인 – 김명기
앞집 할매가 차에서 내리는 나를 잡고 묻는다
사람들이 니보고 시인 시인 카던데
그게 뭐라
그게......
그냥 실없는 짓 하는 사람이래요
그래!
니가 그래 실없나
하기사 동네 고예이 다 거다 멕이고
집 나온 개도 거다 멕이고
있는 땅도 무단이 놀리고
그카마 밭에다 자꾸 꽃만 심는
느 어마이도 시인이라......
참, 오랫동안 궁금하셨던 모양이다
사진 지인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