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23 이성부 <봄>
’표풍부종조(飄風不終朝) 취우부종일(驟雨不終日)’ - 회오리바람이라도 아침나절을 넘기지 못하고, 소나기라도 하루 종일 내리지 못한다 – 도덕경에 나오는 한 구절인데요, 어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되새겨보는 고사성어입니다. 하루사이에 갑자기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니구요, 새벽산책 할때만 해도 흰 눈이 쌓여 있었는데, 반 나절도 되지 않아, 따뜻한 햇살덕분에 날씨온도가 올라가고 책방에 문을 두드리는 손님들이 10여명이나 되었던 어제를 생각하니, 이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엄마와 아들, 30세대 여성4인방, 남편의 친구부부, 초등생자녀를 둔 가족 등,,, 말랭이에 올라온 사람들의 표정이 밝고 호기심이 넘치는 눈망울이 빛나던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전주에서 온 청년들에게는 전주도서관과 책방을 소개하면서 전주시인 안준철 시인님과 김영춘 시인님의 시집도 소개하고요. 여친의 아빠가 좋아하실거라며 조국책, 김대중책을 드는 남친에게는 신영복선생의 책도 추천하고요. 책방을 처음 온 남편 친구부부에게는 부족한 제 에세이집(말랭이마을 어머님들 인터뷰집)도 선물해 드렸습니다. 새벽산책에서 후배와 나눈 정담과 커피, 레몬청에 담아둔 제 첫 마음 – 오늘 하루도 기쁘게 - 이 활짝 펴지는 것 같아서 참 기분 좋았어요.
요즘 말랭이 아랫동네를 돌아다닐 일이 있었는데요, 확실히 봄이 오는지, 차가운 바람속에서도 동네를 찾아 오는 사람들의 수가 늘고 있데요. 방문객의 수 만큼, 즐비한 상가들의 움직임도 제법 밝아보였습니다. 아마도 새봄 3월을 준비하는 상인들의 마음 때문일거예요. 명색이 마을주민으로 4년째 살다보니, 혹시라도 임대 매매 들의 문구가 써 있는 장소를 보면 왠지 마음이 쓰리고, 어느 가게이든지 성황을 이루길 기도하게 되지요. 이왕이면 월명동이라는 지역이 개성을 지닌 특성과 문화공간으로 함께 성장하길 바라면서요. 살다보니, 우리 군산만큼 이야기거리가 많은 지역도 없을거란 생각이 든답니다. 혹시나 이곳 마을에 제안하고 싶은 의견이 있으시면 제 책방에라도 말씀해주세요~~ 오늘의 논어구절은 ‘過則勿憚改 (과즉물탄개)’ -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않는다, 학이편 –입니다. 이성부시인의 <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봄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먼 데서 이기고 들아온 사람아
책방 아랫마을 봄맞이 눈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