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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318

2025.3.2 이육사 <꽃>

by 박모니카

’고정관념은 나사송곳이다. 해마다 한바퀴씩 파고든다. 만일 첫 해에 이것을 잡아 뽑으려면 머리카락을 끌어당겨야 할 것이다. 두 번째 해는 피부를 찍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 해는 뼈를 부숴야 할 것이다.‘ <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위고의 단편소설 <바다의 일꾼들>에 나온 문장이라고 합니다. 며칠전 유투브를 통해 섬뜩한 이 문장이 들려와서 기록해두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갈 때 익숙한 것으로부터 탈피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지요. 익숙함은 편안하고 부드러우니까요. 알아서 몸이 움직여주고 예측가능한 전망을 보여주니까요. 그런데요, 가끔씩 이 궤도를 벗어나서 낯선 세상을 만나고 싶을 때가 있지요.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유명작가들의 글쓰기 수업에서 종종 들리는 말 ’낯설게 하기‘라는 표현, 아마도 그렇게 해야만 창의적인 상상력이 발휘되어 자신만의 글을 쓰게 된다는 뜻인가봐요.


어제 삼일절, 세 글자를 가지고 삼행시를 보내주시면 선물을 드린다 했지요.^^ 모두 10명(최소 30여명의 글을 기대했건만~~그래야 10대 1의 경쟁률을 통과하니까요) 의 지인들께서 보내셨구요. 제가 심사하니, 제 맘대로 기준을 정했죠. 첫째, 주제인 삼일절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들 – 대한, 만세, 독립, 침탈, 일본 등-을 제외시키기. 둘째, 한 구절쯤 우리의 마음을 확 뚫어주고 스스로 돌려나오는 송곳같은 글을 찾아보았어요.

00순 님의 글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삼: 삼삼오오 둘러 앉아서

일: 일제의 잔재를 둘둘 말아

절: 절구통에 빻아버리면 나라가 온전해 질라나?


일제의 잔재를 절구통에 빻아버린다... 한순간이라도 통쾌하지요. 저도 역시 제 언어의 고정습관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네요. 그래야 뼈가 부숴지는 끔짝한 일이 줄어들테니까요.

오늘은 이육사시인의 <꽃>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꽃 - 이육사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 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北)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約束)이여.


한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城)에는

나비처럼 취(醉)하는 회상(回想)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삼일절 106주년 기념, 한국시낭송예술원 회원들의 시극 <독립의 붓> 공연현장 / 채영숙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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