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1 김남주 <독립의 붓>
로마 철학자, 키케로는 동료 토르콰투스와 함께 이런 토론을 했다네요.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는 무엇인가?‘ 토르는 ’고통에서 벗어나 안락함을 얻는 것‘이라고 말한 반면, 키케로는 ’안락함에서 벗어나 인간의 덕목을 능동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최선의 목표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2000년 후, 이런 고민을 한 독일철학자가 있었는데요, 바로 ’악의 평범성‘을 주장한 한나 아렌트(1906년 출생)였습니다.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 학살의 대표자로 법정에 선 공무원 아이히만의 말 – 나는 국가를 위한 행위를 했을 뿐, 나의 의도는 담기지 않았으니, 무죄다-를 듣고 평범한 사람도 얼마든지 끔찍한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용어를 세상에 들려주었죠.
오늘은 삼일절입니다. 거룩하게 기억해야 할 오늘, 우리는 3.1절에 마음을 모아 선조들의 애국심을 새겨볼 수 없게 생겼습니다. 서울에서는 윤씨의 내란 사태 마지막 변론 후, 대규모 찬반집회가 예정되어 있는데요, 바로 3.1절 연휴를 중간치로 두고 극우세력들의 난동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다가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악의 주동자 라인에 서게 되었을까요. 대학생인 딸의 전언에 의하면 각 대학교마다 극우청년들이 교내로 들어와 극치를 달리는 행동을 보인다 하니 이만저만 걱정이 아닙니다.
다시 키케로의 말도 돌아갑니다. 고통을 피하는 것만이 삶의 목표가 돼서는 안 되며,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외부의 힘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이지요. 사람답게 살기 위해, 내면의 평온함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냉철한 이성이 필요하다는 뜻이지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주는 것에도 정도(正道)가 있지 않습니까. 무차별 폭동과 거짓 그리고 묻지마 폭력이 일어날까 너무 걱정됩니다. 제발 오늘이라도 삼일절의 본 뜻에 숭고한 마음을 갖고 우리의 진정한 독립을 위해서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시는 김남주시인의 <독립의 붓>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독립의 붓 – 김남주
독립의 붓을 들어
그들이 무명베에 태극기를 그린 것은
그 뜻이 다른 데에 있지 않았다.
밤을 도와 살얼음이
강을 건너고 골짜기를 타고
험한 산맥을 넘고
집에서 집으로 마을에서 마을로
민족의 대의를 전한 것은
일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한 사람이 일어나고
열 사람이 일어나고
천 사람 만 백성이 일어나
거센 바람 일으켜 방방곡곡에
성난 파도 일으켜 항구마다에
만세 만세 조선독립만세
목메이게 한번 불러보고 싶었던 것이다.
뺏앗긴 문전옥답 짓밟힌
보리와 함께 일어나
빼앗긴 금수강산 쓰러진
나무와 함께 일어나
왜놈들 주재소를 들이치고
손가락 쇠스랑이 되어
왜놈들 가슴에 꽂고 싶었던 것이다.
동해에서 서해까지
한라에서 백두까지
삼천만이 하나로 일어나
벙어리까지 입을 열고 일어나
우렁차게 한번 외치고 싶었던 것이다.
만세
만세
조선독립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