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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322

2025.3.6 박노해 <별에 대한 가장 슬픈 말>

by 박모니카

‘Think Globally, Act Locally’ 이와 유사한 표현으로 청소년들에게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가르쳐주신 분이 계셨지요. 제 아이들 중학생때, 벌써 10여년 전, 청소년동아리활동 중 ‘자연과 환경’에 대한 교육과 실습을 위해 만났던 어른인데요. 그분이 어제 돌아가셨어요. 별세소식에 입밖으로 소리가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서, 그때부터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도 안부를 들었는데 아프시다는 말씀이 없으셨지요. 급성위암으로 2달 만에 돌아가셨다는데, 이미 당신께서는 마음의 준비를 다하고 전화를 하신거였네요.


모임밴드사진을 보면서 그분을 추억합니다. 그때의 학생들은 이미 청년이 되었고, 그때의 당신은 젊고, 열정적이었어요. 학생들 동아리를 조직하여, 환경, 문화, 역사, 언어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청소년을 지도하는 제가 참 멋있고 대단하다고 칭찬도 많이 해주셨어요. 말씀과 언행에 늘 세련된 감각과 지력을 가진 그분을 늘 존경했어요. 시민사회운동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공군 장교출신답게 하늘의 별을 벗삼아 세상을 노래할 줄 알고, 땅의 새싹을 어루만질 줄 아는 분이셨습니다. 무엇보다 말 뿐이 아닌 행동하는 양심으로 사셨던 분이기에, 더욱 슬프네요. 천국을 아시니, 부디 그곳에서라도 평안하시길 기도합니다.


오늘은 책방매니저와 대야장에 가볼까 해요. 그곳에 가려니, 고인이 사셨던 곳이라 발길이 무겁지만, 지나가다 그분을 다시 한번 추억하겠지요. ‘모니카 왔어요’ 라고 맘 속으로 인사도 드리고요. 책방에 들일 화분도 좀 살펴보고, 책방사랑쟁이 매니저님과 점심도 함께 하고요.


늙어가는 시간을 돌이킬 수 없으니, 눈에 보이는 사람, 사물 등에 더욱더 애정을 갖고 싶어요. 맘에 들지 않는 다고 구태여 화 낼 필요도 없고요, 그냥 그럴수 있지 라며 스치면 언젠가는 시비가 가려져서 진심을 알테니까요. 중요한 것은 ‘바로 나’의 정신과 신체를 건강히, ‘바로 당신’에 대한 마음과 배려에 사랑으로... 박노해시인의 <별에 대한 가장 슬픈 말>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별에 대한 가장 슬픈 말 – 박노해


별에 대한 가장 슬픈 말이 있다

우리가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있을 때

그 별은 이미 죽었는지도 모른다는 말


저 별도 영원하지 않고 별도 죽는다

우리 눈에 도착하는 수억 광년 사이

그 별은 이렇게 별빛만 남겨주고

이미 소멸되어 갔으리라


지금 빛나는 건 이미 죽어간 존재,

몸은 죽어 빛이 된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내 가슴에

별의 지도가 되어 살아오느니


오직 빛에 새긴 그 사랑만 남아,

사랑으로 자신을 사르지 않는 인생은

밤하늘에 총총한 저 별 하나

영원한 그리움으로 빛낼 수 없으니


자신을 불사른 자만이 그을 수 있는

아름다운 자기 소멸의 궤적이여

오늘 소리 없이 사라지는 별들이여

다시 찬연하게 살아오는 별빛이여


별이 빛난다

죽은 별이 빛이 되어

내게로 오고 있다

‘빛에 새긴 사랑’으로

3.6 김재승1.jpg 논 가운데 둠벙지를 만들어 생태둠벙의 필요성 강조하시는 김재승 대표님
3.6김재승2.jpg 생태둠벙 속 우렁이 발견... 이제 당신은 안계시고 중학생 딸은 청년이 되고.
3.6김재승3.jpg

사진, 2016년 청소년 영어동아리 환경활동 - 논습지 및 생태둠벙 관찰(환경운동가 베드로 김재승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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