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7 남정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상례(喪禮)는 부모와의 이별을 근본으로 하며, 인간에게 가장 순수한 본연의 마음을 표현한다고 합니다. 장례식의 유래가 궁금하여 검색해보니, 유학서인 예기(禮記)에도 상례를 왜 지켜야 하는가, 그 어원이 써 있더군요. 가족의 범주를 넘어서서 모든 이를 떠나보낼 때 치루는 장례(葬禮)식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예를 갖추어야 하는데, 코로나 이후 장례는 없고 부조금만 남았구요, 이제 그것마저도 디지털기기에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면 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세월이 좀 더 지나가면 기계적 부조행위마저도 사라지겠지요.
누군가를 추억하는 농도와 모양이 다르니, 이별을 할 때도 그와 같습니다. 오늘 발인하는 고인을 생각하면 제 마음이 큰 빚을 진 것 같고, 이제 어른다운 어른이 없어서 만나서 즐겁고 예의있는 대화를 누구와 나눌까 생각하게 됩니다. 더불어, 이제부터 10여년 간, 그분처럼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애석해 할 수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우리 아들딸의 자식을 볼 수 있을까 등등...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꾸 헛발질을 하고 있네요. 하여튼 이별은 슬픈일, 그 분이 생각날 때마다 마음에 고인 깊은 우물이 한 동안 출렁이겠습니다.
금주간 학원에서 부지런히 가르쳤더니, 매일 피곤했어요. 하지만 초등부터 고등까지, 그동안 직접 수업을 하지 않은 반까지 만나니, 새로운 정도 쌓이고요. 괜시리 학생들은 원장이란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지, 아니면 공부를 너무 많이 시킬거라고 생각하는지, 반기지 않는 편인데요. 그나마 저는 그동안 떡볶이 등으로 많이 아부를 떨어두어서 ‘간식 잘 주는 원장님‘이라는 애칭이 붙었답니다. 먹을 것 주면서 공부하자 하는데, 싫다고 하긴 미안하겠지요.^^ 수업이 적게 있는 금요일이 참 좋군요. 책방에 가서 지나가는 봄 바람 불려들어 무슨 재밌는 얘기가 있을지 들어봐야겠습니다. 남정림 시인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입니다. 봄날의 산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남정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함께했던 시간의 조각이
벌이 아닌
별로 남는 것
하나가 아닌
두 개의 별로 빛나는 것
너에게 나의 별이 남고
나에게 너의 별이 남는
2별
송별의 시 - 백송
고 김재승(베드로)님을 기리며
세상을 넓게 바라보며
작은 강가에 따스한 손길을 내밀던 이여
당신의 발자취는 맑은 물결 속에 스며
흐르는 강과 함께 영원하리.
큰 뜻을 품고도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사랑을 심었으니
자연은 당신을 기억하고
새들은 노래로 답하리라.
이제 바람이 되어 흐르고
빛이 되어 머무르리니
우리 곁을 떠났어도
당신의 마음은 늘 함께하리라.
고요히 흐르는 강물처럼
그리움 속에서도
당신의 가르침을 따르며 살아가리.
2025년 3월 5일(발인 3월7일)
깊은 애도의 마음을 담아
<지인께서 고인께 보내는 시 라고 제게 보내셨네요>
사진, 지인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