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8 박노해 <그가 다시 돌아오면>
영화 <괴물-봉준호감독,2006> 속 괴물출현이 현실에서 이뤄진다면... 불금 운운하며 편안한 금요일을 기대했던 저는 오후 2시경부터 심장이 벌벌벌... 법원의 ’윤씨구속취소청구인용‘, 이 한마디에 아마도 수 많은 국민이 살얼음 위에 앉지 않았을까요. 아무리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이라 할지라도 다시 총을 들고 나오는 군인을 연상하지 않을 국민이 어디에 있을지.
온 국민을 예비 사법고시생으로 만들 만큼, 법 관련 용어가 익숙해지는데, 어제 나온 용어 ’구속취소‘라는 한 마디에 그 괴물이 바로 나오는 줄 알고 모두 식겁해서, 언론매체마다 난리도 그런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참 끈질기고 캐도캐도 끝이없는 칡 넝쿨처럼 사람의 진을 다 빼 놓는 인간존재입니다. 칡은 귀한 약재로라도 쓰이지만, 도데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오늘 선약만 아니라면 집회에 나가 소리라도 높여야 속이 뚫릴텐데요. 이렇게 새 세상을 맞이하는게 참으로 힘든 일. 제 평생에 쿠테타를 눈으로 볼 줄이야 했더니, 이런 확신범을 바로 처벌하지 못하는 과정이 민주주의라면,,, 회의(懷疑)가 일어납니다.
이런 마음을 달래고 저녁에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났습니다. 군산시 평생교육학습관에서 주관하는 ’온택트수업-근대시인의 시강독과 글쓰기‘의 강사로서요. 시작(詩作) 활동을 위해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그냥 시 읽기가 좋아서, 시인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 시작한 시 나눔 활동의 일환으로 시작한 '시 공부'입니다. 이번 강좌도 제가 혼자 공부하려다가 함께 하면 좋겠다 싶어서 프로그램을 의뢰, 개설되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새로운 이야기가 무수히 쏟아지고요, 그 안에서 또 다른 에너지를 받는 걸 보면 저는 분명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임에 분명합니다~~. 10주간 수업하는 이번 강좌에서도 최소 5인 이상의 근대시인과 시를 만나면서 우리들의 봄 풍경이 더욱 화사해지길 소망합니다. 자신이 낭독한 시의 소재로서, ’나만의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교학상장(敎學相長)하는 시간으로 충만되기를 바라구요. 이분들과의 만남이 없었더라면 저는 아직도 윤씨 때문에 위궤양에 걸려 밤새 괴로웠을 거예요^^ 박노해시인의 시 <그가 다시 돌아오면>을 들려드립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그가 다시 돌아오면 – 박노해
그가 다시 돌아오면
계엄의 밤이 도래하겠지
번득이는 총구가 우리를 겨누고
의인들과 시위대가‘수거’되겠지
광장과 거리엔 피의 강이 흐르고
사라진 가족과 친구를 찾는
언 비명이 하늘을 뒤덮겠지
그가 다시 돌아오면
살림은 얼어붙고 경제는 파탄나겠지
우린 갈수록 후진국으로 추락하겠지
오가는 사람도 드문 스산한 밤거리엔
총소리 군홧발 소리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계엄군이 내 가방을 뒤지고 신상을 털겠지
그가 다시 돌아오면
남북이 충돌하고 전쟁이 돌아오겠지
자위대가 상륙하고 미군이 연합하고
긴 내전과 숙청의 날들이 이어지겠지
숨어있던 친일파들이 나라를 팔아먹고
광복80년 만에 이 땅은 다시 빛을 잃겠지
그가 다시 돌아오면
모든 방송과 언론과 유튜브에선
검열된 이슈와 재미와 조작으로
눈과 귀를 가리며 관심을 돌리겠지
김건희의 국빈 행사와 일상을 띄워대며
패션과 미담의 화제거리로 도배되겠지
그가 다시 돌아오면
자유도 민주도 선거도 의회도 삭제되겠지
빛을 들고 나선 이들이 샅샅이 색출되고
단 몇 줄 올린 글로 검은 제복이 찾아오겠지
너 좌빨이지, 불순분자지, 완장을 찬 극우대의
광기 어린 폭력에 숨도 못 쉬겠지
아아 그가 다시 돌아오면,
저들이 살아서 돌아오면,
버젓이 권좌에 도사린 채
내란을 지속하고 내전을 불지르는 자들
지금, 빛으로 끌어내 처단하지 않는다면
지금, 뿌리째 뽑아내 청산하지 않는다면
마음 뚫어주는 대나무 사진, 지인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