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18 김형태 <봄이 오는 길>
봄이 오는 길, 그 어느때보다 길고 멀리 있었나봐요. 바깥풍경에 흰 눈이 보이다니... 아무리 새 마음을 가지고 통통 튀며 달려오려고 애쓰지만 오늘 길 내내 걸림돌 밟느라 아팠을 봄의 발바닥이 마치 제 발바닥 같아 보입니다. 저도 요즘 몸과 맘이 애 꽤나 쓰고 있거든요.
창문을 여니 찬 기운이 쑤욱,, 절로 몸이 움츠려들어 이불을 후다닥 당겼습니다. 나이를 무시하고 싶은 마음에 이내 찬 물이 뿌려지는 듯, ‘정신 차려 모니카’라는 소리가 들리네요. 월요일이 주간 첫 날이라, 즐겁게 공부하라고 학생들에게 떡볶이 만들어 주랴, 중간 중간 수업 들어가랴, 정말 너무 힘든 하루여서 쭉 뻗어 잤나봅니다.
그런데 이상한 꿈을 꾸며 저를 달랬답니다. 어떤 어린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나태주의 <풀꽃>을 들려주더군요. 3년 동안 시를 보내는 편지를 쓰면서 제대로 암기하는 시가 없는데, 이 짧은 시 한 편은 암기 했는지... 눈을 뜨고 웃음이 나왔답니다. 시의 길이가 문제가 아니고, 꿈 속에서 시를 중얼거리는 단계까지 왔나, 스스로 기특해서요.^^
일어나자마자 커피 한잔이 생각나서 보니, 오늘은 커피 먹는 시간이 별도로 있군요. 깊이 들여마실 커피향, 매력적인 커피도구, 반짝거리는 눈동자 같은 커피알도 그립지만, 아마도 가장 그리운 건 벗들과의 수다일 것입니다. 오늘은 커피에 대한 짧은 글짓기 한 수씩 말해보자고 할까요. ‘글쓰기는 못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말하기는 잘해’라고 수다떨겠지요.
오늘은 발표할까요? 윤씨 탄핵결정일... 하루 한 시도 잊지말고 기도해야합니다. 결코 우리가 불행해지면 않되는 귀한 존재라는 것을요. 더디 오는 봄이 오는 길, 우리 모두 나서서 봄이 되어줍시다. 김형태시인의 <봄이 오는 길>. 봄날의 산책 모니카.
봄이 오는 길 – 김형태
봄은 어디에서 오는가
삼키지 못한 붉은 상흔을 안고
섬 비렁에 머리를 떨구는
요절한 동백에서 오는가
이파리보다 먼저 나와
꽃샘바람에 홀연히 몸을 날리는
뜨거운 벚꽃에서 오는가
발밑을 내려다보라!
인기척조차 얼어버린 묵정밭에 발을 묻고
간절하게 합장한 냉이꽃의 손끝에서
봄이 오고 있다
그 묵정밭을 일구어 씨를 뿌리려는
농부에게로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대여
목이 마르도록
누구를 기다려 본 적이 없다면
스스로 봄이 되어 가라
사진, 안준철 시인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