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0

2025.5.8 황동규 <무서운 인연>

by 박모니카

어버이날입니다. 가족을 이룬다는 것은 참으로 오묘한 신비... 나이들면서 더욱 실감합니다. 어릴적에는 위로 부모와 옆으로 형제만 보았다가, 결혼하여 아래로 자식을 두니, ‘부모’라는 두 글자 속에 들어있는 엄청난 ‘창조의 힘’은 마치 하느님이 말씀하신 창조의 근원이 여기서부터 시작됐음을 알게 합니다. 저도 역시 그 뿌리를 찾으로 어제는 잠깐 친정아버지의 묘소에 다녀왔습니다. 남동생이 카네이션을 아버지의 가슴에 달 듯 양지바른 곳에 심는 동안, 저는 속 인사만 하고 아버지 무덤 위 아래 옆으로 피어난 꽃들과 놀았네요. 어릴적 아버지 옆에서 놀듯이요. ‘살아서 큰 딸만 아꼈으니 당신은 오늘 참 좋겄소’라는 엄마의 부러움 소리를 뒤로 하고 살아계신 듯, 꽃이름도 들려드리고요...


지난 사월에는 조팝꽃과 벚꽃에 둘러싸여 계시더니, 당신 머리맡에 피어난 두 송이 제비꽃과 함께, 이제는 찔레꽃 향기 가득, 산딸기꽃, 씀바귀꽃, 넝쿨뱀딸기꽃, 아주가꽃, 하얀제비꽃 외에도 잡초라는 풀마다 별의별 꽃들을 달고 하늘거리데요. 쑥떡을 좋아하시는 엄마는 산쑥 몇 웅큼을 뜯고, 엄마의 며느리는 뒤를 종종거리며 엄마가 혹기 넘어지실까 보호하고, 저는 그런 모습들을 사진에 담아서 다른 가족들에게 보내주고요... 인연 중에 가족이 되는 인연처럼 귀하고 귀한 일은 없겠지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오니, 학원에 들어서는 제 무거운 발걸음이 다소 치유가 되었답니다.


학생들에게 오늘을 기억하며 할 수 있는 사랑법을 말하면서, 무조건 비싸고 큰 꽃이나 선물을 사려하지 말고, 작은 종이에 마음의 편지를 써서 부모님께 전하면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했지요. 지금까지 받은 많은 선물 중 최고는 역시 ‘손편지’더라 하면서요. 우리 모두도 역시 한 부모의 자식이니, 오늘은 부모님께 손편지 한번 써보실까요. 살아계시든 그렇지 않든, 편지를 쓰면서, 이왕이면 아름다운 시와 함께 읽어드리면 더 멋진 시간이 될거예요. 황동규시인의 <무서운 인연>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무서운 인연 – 황동규


간호사도 다녀가고 모두 인사하고 자리를 뜨자

아버지가 물었다.

"뉘기신데 다들 갔는데 남아계신지요?"

그를 대답했다. "저는 맏아들입니다."

"나에겐 당신 같은 아들 없는데요.

여하튼 감사합니다.

말씨 귀에 익은에 혹시 고향이 어디시죠?

"경남 거창입니다."

"아, 나하고 고향이 같군요."

"제 출생지는 함경남도 길주 대택이구요."

"대택, 내가 오년 동안 역장으로 있던 곳,

시월 중순부터 큰 눈이 내려 사방 막막히 막히던 곳.

동향인이 그 막막한 곳에서 태어났다니.

참 우연이란'무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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