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5.21 신경림 <찔레꽃은 피고>
’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가진 정치인이어야 한다.‘라고 고 김대중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셨다고 하지요. 책을 많이 읽으신 대통령 1순위, 막스 베버가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읽으시고 이 말씀을 했다는 글을 보았는데요. 서생(선비)의 원칙과 철학의 신념윤리는 현실에서 늘 상인의 감각을 담은 책임윤리와 함께 양립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모 대통령 후보가 대중연설을 할 때마다 가장 많이 인용하는 구절, 완전 동감하기에, 저도 한번 써 보았습니다.
이번 선거는 일반 대통령선거와는 결코 같을 수가 없지요. 지난 12.3 내란 이후 우리 평범한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파도 위, 엄청난 요동을 이겨내며 달려왔습니까. 현 여론조사에서 보면 1위 후보가 당연히 될 것 같은 분위기로 보이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에, 더 걱정됩니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되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그것도 정말 압도하면서 되어도 수많은 반란들이 고개를 처들것 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더 걱정하고 염려스러운 것은, 멀리 있는 법보다 가까운 주먹이 무섭다는 논리입니다. 각 지방 정치인들의 기생논리에 따라 지역민들의 선택 역시 방향성이 없는 경우가 허다한데요. 선거철이라 그런지, 우리 지역사람들도 정치인선택과 그 동의성과 차이성에 여간 민감하지 않습니다. 민주시민으로 반드시 선거에 참여하는 일은 당연하지만, 선입견이 막대기가 되어 누군가를 알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선거판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극히 지양되어야 되겠다 하는 생각을 좀 해본 시간이 있었습니다. 무조건 무리를 따라가다가는 절벽으로 떨어지는 자기 발끝을 볼 수 없는 법이니까요.
제가 주권자로서 하고 싶은 일은 오직 한 가지. ’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하다못해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실천하는 일. 요즘은 담벼락 대신 카톡이나 문자방벽이 있으니, 더럽게 욕하지 않고 자기 소신과 신념을 공유하는 글을 쓰는 손가락 운동이나 하렵니다. 아침에 제 차 문을 여는데 어디서 찔레꽃 향기가 푹 하고 떨어져 쏟아져 나오길래, 제가 방향제를 넣어 두었나 했었지요. 그런데 자동차 천장 위까지 내려온 찔레꽃 넝쿨이 안겨준 향기였어요. 어찌나 신묘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던지요. ‘아, 이 느낌은 이때뿐이구나’... 신경림시인의 <찔레꽃은 피고>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찔레꽃은 피고 – 신경림
이웃 가게들이 다 불을 끄고 문을 닫고 난 뒤까지도
그애는 책을 읽거나 수를 놓으면서 점방에 앉아 있었다.
내가 멀리서 바라보며 서 있는 학교 마당가에는 하얀 찔레꽃이 피어 있었다.
찔레꽃 향기는 그애한테서 바람을 타고 길을 건넜다.
꽃이 지고 찔레가 여물고 빨간 열매가 맺히기 전에 전쟁이 나고
그애네 가게는 문이 닫혔다.
그애가 간 곳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오랫동안 그애를 찾아 헤매었나보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그애가 보이기 시작했다.
강나루 분교에서, 아이들 앞에서 날렵하게 몸을 날리는 그애가 보였다.
산골읍 우체국에서, 두꺼운 봉투에 우표를 붙이는 그애가 보였다.
활석 광산 뙤약볕 아래서, 힘겹게 돌을 깨는 그애가 보였다.
서울의 뒷골목에서, 항구의 술집에서, 읍내의 건어물점에서,
그애를 거듭 보면서 세월은 가고, 나는 늙었다.
엄마가 되어 있는, 할머니가 되어 있는,
아직도 나를 잊지 않고 있는 그애를 보면서 세월은 가고, 나는 늙었다.
하얀 찔레꽃은 피고,
또 지고.
지동차를 취하게 하는 찔레꽃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