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32

2025.5.20 함민복 <논 속의 산그림자>

by 박모니카

약식동원(藥食同源),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말이죠. 동양의학 개념으로는 음식을 음양관계나 오행설과 함께 신토불이를 적용하여, 사람은 태어난 고향 땅의 음식을 먹어야 하며,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우리 땅에서 자란 제철 음식 중, 지금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마늘쫑인가봐요...


어제도 말씀드린 마늘쫑을 또 다른 방식으로 저장음식 해놓고 나니 왠지 마음이 뿌듯했지요. 마늘과 마늘쫑에는 알리신이라는 성분이 풍부해서 혈액이 뭉치는 혈전을 예방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피를 맑게 하는 효능이 있다네요. 그래서 고혈압이나 심근경색, 고지혈증, 동맥경화를 앓고 있는 심혈관질환자에게 좋은 음식이라고 합니다. 마늘은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몸을 따뜻하게 해 주고 손발이 찬 수족냉증 완화에도 좋고요, 평소 아랫배가 차갑고 소화불량을 가진 사람에게 이롭다 하니, 저에게도 유익한 음식임에 틀림없고요.

보약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제철에 나오는 나물을 요령껏 보약으로 만들어 먹으면 금상첨화...


2년 전 말랭이 마을 어른들의 문해교육을 하면서 처음 썼던 당신들의 시 작품이 있는데요. 플랫카드 형태로 1년 이상 있다가, 낡고 찢어지고 하는 바람에 걷어들이면서, 마을관광객을 위해서라도 마을에 오래 남는 작품으로 남겨달라고 요청했었지요. 벌써 1년 넘었는데, 얼마 전 벽타일 형태로 마을골목 벽에 붙었습니다. 괜스레 제가 더 기분이 좋았어요. 당신들의 시 사랑은 아마도 말랭이 마을 벽이 무너지지 않는 한, 언제나 따뜻한 봄날 햇살처럼 사람들의 가슴을 비출거예요. 말랭이 마을 공사 중 하나, 다른 벽화도 그리고 있으니, 오며 가며 한번 구경해 보세요.^^ 오늘은 함민복 시인의 <논 속의 산 그림자>. 봄날의 산책 모니카.


논 속의 산그림자 - 함민복


물 잡아 논 논배미에 산그림자 드리워져

낮은 물 깊어지네

산그림자 산 높이의 열 배쯤

한 십여 리

어떻게 와서 저리 몸 담그고 있는지

거꾸로 박힌 산그림자 속

바위는 굴러 떨어지지 않고

나무는 움트네

개구리 울음소리 산그림자

깜깜하게 풀어놓던 며칠 밤 지나

흙을 향해 허리 굽히는 게 모든 일의 시작인

농부들 푸른 모춤을 지고

산그림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네

뒷걸음치며 산에 모를 심네

바위 위에도 모를 꽂아 놓았네

산그림자 속에서 백로 한 마리 날아 나와

편 목 다시 구부리며

젖지 않은 발 적시며

산그림자 위로 내려앉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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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꽃

5.20산그림자4.jpg 말랭이마을 문해교실 시 작품들의 벽화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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