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5.22 신경림 <가난한 사랑노래> 1주기 추모의 날...
글을 써서 생활전선에 서야만 하는 이들의 외로움과 고독을 들춰봅니다. 혹시나 보일까 싶었지만 보일리가요. 그렇게 살아오지 않은 자가, 유려한 글자들의 조합만으로 그 삶을 유추하는 것은 작가들에 대한 무례함이요 참을 수 없는 생각의 가벼움이어서 갑자기 글 쓰는 일이 얼마나 무서워지는지... 글을 쓰는 행위는 단순히 하고 싶은 말과 생각을 옮기는 것 이상의 '신성한 자존'이 굳건해야 되는 일. 이런 정신으로 올곧지 않으면 안 되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불쑥 드는군요.
오늘은 신경림 시인이란 분이 돌아가신 1주기네요. 오래전 모 행사를 진행하는데, 참석하신 게스트께서 시인의 시를 낭송하여 처음 들었답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라는 이 구절은 얼마나 ‘신성한 자존’입니까. 중학교 때 겪은 한국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생생하여 시작(詩作)의 무용을 말하면서 시 쓰는 일을 멀리한 적도 있었다네요. 하지만 시대와 세상에 대한 복수를 다시 시로써 시작하고, 해체돼 가는 농촌현실을 기록한 시편들이 모여져 75년 창비시선 1호로 출간된 <농무>가 탄생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대중적인 시로는 <갈대> <나무를 위하여>, 현실 참여 시로는 2015년 세월호 1주기 추도 시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제주 4·3의 아픔을 담은 시집 <검은 돌 숨비소리>도 있습니다. 그의 마지막 시집(2014, 창비시선) <사진관집 이층>에서는 <별>이라는 시도 마음에 와닿은 참 좋은 시입니다.
어제 마무리할 원고가 있어서, 몇 글자 쓰면서, 괜스레 유쾌하지 못한 감정들이 올라오고, 더불어 노동의 강도가 저를 짖누르는 것을 느끼면서, 다시한번 시인들(작가들)의 신성한 영역을 들여다보며 행복해했던 무례에 놀라고 또 놀랐습니다. 소소하게 시인들의 시집을 읽는 행위만 하더라도, 다행이다 싶고, 글로써 다가가려면 참으로 지난한 시간과 노동의 밭이 있어야 하는 거란 생각에까지 이르고요, 어디 가서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행위에 족쇄를 채워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하여튼 오늘은 신경림 시인의 추모 1주기를 혼자서 묵도하면서 그분의 시 <가난한 사랑 노래>를 함께 읽어보아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가난한 사랑노래 – 신경림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