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5.23 송수권 <모시옷 한벌>
아침 눈을 뜨고자 잠시 눈동자에 도약의 발판을 깔아주는데, 음악에서 나오는 건지, 실제 인지 구분되지 않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마치 파로라마(panorama)처럼 어우러져 들려오는 새들의 수다는 밤새 누군가를 기다렸을 그리움의 파문인 듯 출렁출렁, 또 한 곳에 정착하는 저의 정원, 월명길이 초록으로 흥건해지는데, 알짜배기 일조를 하고 있네요. 엘비스 프레슬리의 ‘러브 미 텐더’와 사라 브라이트만의 ‘넬라판타지아’의 피아노 음까지 한 몫 하는 이 새벽이 참 평화롭습니다.
오늘은 시낭송팀과 함께 자원봉사를 하러가요. 모 복지관 어르신들과 시낭송, 시극을 들려줄 회원들의 시 10여편을 읽으면서 진행멘트에 준비했는데요. 5월 가정의 달을 기념하여, 특별히 부모에 대한 주제를 가진 시들을 낭송하시네요. 낭송하시는 분들이라, 저보다 수십번을 더 읽고 말했을 시 이겠지만, 저는 처음 본 시도 있고해서 덕분에 시낭독의 즐거움을 혼자서 만끽했네요. 회원들이 하실 시극, 김선근 시인의 <탑동댁>은 아마도 가장 연기 넉살이 좋은 회원들이 하실 듯, 저도 엄청 기대하고 있답니다.
시 낭송이나 연기는 못하더라도, 그들이 보여주는 군침나는 세상을 들여다보는 일 만으로도 행복지수는 솟구칩니다. 저는 또 저만의 색깔로 화합하면 되니까요. 공자님 말씀, 논어구절에 이런 말이 있지요.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慍이면 不亦君子乎라)’.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화를 내지 않으면 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라고 했지요.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소신껏 걸어가는 것이 참된 삶. 대선을 앞둔 말의 전쟁을 관찰하면서 아무리 현란한 말일지라도, 소신있고 여유로운 자의 말씨가 분명코 밀알이 될 것을 믿어보네요. 오늘도 당신의 시간이 진정 평화롭기를 기도하면서, 여름이면 생각나는 모시옷으로 어머니를 불러본 시, 송수권 시인의 <모시옷 한 벌>을 읽어보실까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모시옷 한 벌 - 송수권
어머니 장롱 속에 두고 가신 모시옷 한 벌
삼복더위에 생각나는 모시옷 한 벌
내 작은 몸보다는 치수가 넉넉한 그 마음
거울 앞에 입고 서보면
나는 의젓한 한국의 선비
시원한 매미 울음소리까지 곁들이고 보면
난초 잎처럼 쏙 빠져나온 내 얼굴에서도
뚝 뚝 모싯물이 떨어지지만
그러나 내 목젖을 타고 흐르는 클클한 향수
열새 바디집을
딸각딸각 때리며 드나들던 북소리
가는 모시 올 구멍으로 새나고
살강 밑에 떨어진 놋젓가락
그분의 모습은 기억 밖에 멀지만
번갯불과 소나기를 건너온
젖은 도롱이의 빗물들
등 구부린 어머니의 핏물이 떠 있다
아 어머니의 손톱 으깨어진 땀냄새 피냄새
태모시 훑다 깨진 손톱
울 어머니 손톱
밤하늘 기러기가 등불을 차 넘기면서
뿌려놓은 한숨 같은
열새베 가는 올의
모시옷 한 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