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5.24 이향아 <밥이나 제대로 먹고 댕기나>
노인복지센터나 요양원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하면, 으레 어르신들과 말동무를 하거나,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그림 그리기, 김밥 같이 만들기 등이 생각나는데요... 학생들과 주로 그런 활동을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중 어느 해 가을에는 낙엽을 가지고 엽서를 꾸미고, 자녀에게 편지 쓰는 일을 도와주는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때도 90세 된 할머니가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요양원에 있을 수 있는 제 모습을 그려본 적이 있었답니다.
어제는 서천의 한 단체에서 시 낭송으로 자원봉사(自願奉仕)를 했습니다. 시낭송 회원들께서 5월 가정의 달에 어울리는 좋은 시를 낭송하고, 또 시를 이용한 짧은 연극도 했습니다. 저는 사진도 찍고 간단히 사회 정도만 보며, 시낭송 자원봉사의 또 다른 묘미를 즐감했답니다. 90세가 넘는 분들, 인지 장애가 있는 분들, 치매증상이 있는 분들... 직원들과 함께 80여 명의 사람들은 시 낭송하는 모습을 경건히 들으시고, 제 말에도 잘 응대해 주셨습니다. 특히 시연극을 할 때, 회원들의 말에 장단을 맞추어주기까지... 품격이 다른 자원봉사였지요.^^
시가 매일 밥상에 올라와서 영양밥을 드시는 분들이라 그럴까요. 우리 시낭송 회원님들은 참으로 매력적인 마음의 진선미가 보입니다. 앞으로 누굴 만날지는 저도 모르지만, 만난 이들의 장점이 제 것이 된다면 금상첨화지요. 많이 닮아가도록 부지런히 발 맞춤해보려 합니다.
오늘은 저 멀리 전남의 한 문학관으로 여행 다녀옵니다. 소위 관광버스 여행??이지만 이번에도 글을 쓰는 분들 사이에서 책 한 권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완독 하는 즐거운 여행길을 만들어 볼까 하네요. 오월의 녹음은 찬물로 세수한 청신한 얼굴이라 했으니, 그와 마주치는 제 얼굴이 백분의 일이라도 닮아가서 저의 20대 청춘이 저절로 소환될 것입니다. 여행 이야기는 내일 또 들려드릴게요.~~ 이향아시인의 <밥이나 제대로 먹고 댕기나>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밥이나 제대로 먹고 댕기냐 - 이향아
‘밥이나 제대로 먹고 댕기냐?’
내가 집안에 들어섰다 하면 어머니는,
대답 따위는 기다릴 것 없이 부엌으로 향했다
빵이나 떡은 군입정일 뿐,
끼니만은 밥이라고 고집하였다
어머니, 성산동에 살던 때가 생각납니다
모래내 시장에서 김칫거리를 사들고서 걸어오던 일
걷다가 쉬고 쉬다가 걸으며 어머니를 부러 기운 빼던 일
철로를 건너 골목 끝에 대영약국이 있지요, 거기까지면 다 온 거지요
지금은 거기도 마을버스가 생겼겠지만
택시는 언감생심 타지 못하던
그때가 지금에야 사무칩니다
돌절구에 고추 갈고 마늘을 찧어
풋김치 색깔 곱게 버무리던 어머니
밥이 보약이니라, 입맛 좋을 때 먹어라
사시사철 밥걱정에 편할 틈이 없더니
밥은 어머니의 오지랖, 어머니의 진리, 어머니의 사서삼경,
어머니의 규율, 어머니의 성경말씀, 어머니의 유언
어머니, 저도
자식들 밥걱정에 동당거리며 삽니다
밥은 먹었니? 더 먹으렴
유전하는 노래하나 뼛속에 익혀
아침저녁 힘을 주어 불러댑니다
밥 먹어라, 밥 먹어라 외쳐댑니다
어머니가 제 안에서 걱정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