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5.25 한승원 <시계>
아름다운 오월이 가기 전, 정말 아름다운 풍광과 이야기를 가진 곳, 전남 장흥에 다녀왔네요. 한강작가의 아버지, 한승원작가님(호, 해산)이 계시는 장흥.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한 작가의 해산토굴 바로 앞에 한승원 문화학교를 열어서 글쓰기 프로그램과 방문객들을 위한 해설사 지원, 등량만 바닷길 따라 시인의 시비 등... 장흥이 작가들을 대하는 문화적 수준은 참 품격 있었습니다.
장흥에 들어서자마자 정말 어머님의 품이라는 별칭이 딱 맞게, 따뜻하고 정감 어린 풍경으로 가득했어요. 천관산자락 천관문학관에서 만난 작가들은 시, 소설, 시조, 아동문학 할 것 없이 다양한 문인의 세계를 보여주데요. 한승원작가뿐만 아니라, 이청준, 송기숙, 이승우 등 등단 문인만 100명이 넘는 도시. 인구 3만 여 명인데, 노벨상에 오르내리는 작가도 많고, 급기야 한강작가로 인해 정점에 오른 장흥. 진정한 문화의 꽃이 만발하는 동네가 되었어요.
해산토굴로 이어지는 길 양쪽에 노란 보리밭이 햇살에 출렁이고, 좌청룡 우백호의 지형 안에 있는 한 작가의 토굴집은 사랑초가 만발하여(사모님께서 직접 가꾸신다 해요) 방문자들의 느낌표가 사랑초 꽃잎만큼이나 우수수 쏟아졌어요. 주재하는 해설사님들의 남도 사투리에서 뿜어 나오는 자긍심 또한 만만치 않아, 그녀가 가리키는 사방팔방의 손짓과 말씨를 놓치지 않고 들었답니다.
바로 아래채에 한 작가님이 계시는데, 고령(87세)에, 최근 작은 시술을 하셔서 방문객을 일일이 만나지 못하 신다 하네요. 그곳에 정착하기까지 꿈에 나오는 도깨비얘기 랄지, 정말 신화 같은 재밌는 이야기를 영상에서 들었던 터라, 직접 뵙고 시집에 사인도 받고 싶었지만 욕심을 내려놓고 강건하시길 기도하면서 후퇴했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 혹여나 남도 여행기회가 있다면 장흥 물 축제(7월경)도 보실 겸, 한 작가와 다른 문인들의 거처를 찾아보는 즐거움을 가져보세요. 함께 여행을 한 군산 문인협회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한승원 시인의 <시계-열애일기 1>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시 계 - 한승원
열애일기1
우리 다음 생애에는 시계가 되자
너는 발 빠른 분침으로
나는 발 느린 시침으로
한 시간마다 뜨겁게 만나자
순간을 사랑하는 숨결로 영원을 직조해내는
우리 다음 생애에는 시계가 되자
먼지알 같은 들꽃들의 사랑을 모르고 어찌
하늘과 땅의 뜻을 그 영원에 수놓을 수 있으랴
그리고 우리
한 천년의 강물이 흘러간 뒤에
열두 점 머리 한가운데서
너와 나 얼싸안고 숨을 멈추어버린
그 시계
다음 생애는 우리
이 세상 한복판에서 너의
영원을 함께 부둥켜안은 미라가 되자
박새들의 아프고 슬픈 사랑을 모르고
어찌 하늘과 땅의 뜻을 그 영원에 수놓을 수 있으랴.
정남진전망대에서 바라본 장흥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