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5.26 박노해 <여름날의 희망>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첫 번째 덕목은 바로 ‘듣기’라고 합니다. 요즘 대선 토론을 두고 국민들의 설왕설래가 더 주목거리인데요. 저는 토론하는 상대자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말의 호흡과 쉼표에 귀를 기울 때가 더러 있습니다. 물론 토론을 전쟁터에 나온 무기들보다 더 방향 없이 휘두르는 사람들도 있어서, 토론을 끝까지 볼 맘이 없어집니다.
어젠 조선시대의 경연(經筵)제도에 대해 재밌는 말을 들었는데요, 아시다시피 경연이란 요즘 말로 하면 왕과 신하들의 공부자리. 특히 경연을 통해 왕에게 유교의 경전과 역사를 강론하고, 왕의 인의예지신을 배양하는 동시에 나라의 안녕을 구하는 시간이었지요.
우리가 흔히 왕조시대는 지금의 공화정시대보다 제도나 사상이 뒤진 시대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조선왕조시대, 왕을 교육하는 신하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현대의 어느 정치체계 못지않은 탁월한 부분이 있습니다. 지도자(왕)의 태도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경연에서 가장 돋보이는 조선조의 임금이 누구일까요. 또 가장 최악의 임금은 누구였을까요. 우리가 역사서에서 만나는 왕들의 면면을 들어보면 ‘경연’에 참석하는 왕들의 성실함과도 곧바로 연결됩니다. 중요한 핵심은 ‘잘 듣고 책 많이 읽는 왕이 성군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대선토론 중, 모 후보는 어려운 용어를 쓰며, 마치 실력 없는 대학교수의 현란한 지적질 같은 태도로 화면을 채우는가 하면, 어느 후보는 물기 없는 답답한 고구마 씹는 말투로 시청자의 귀와 목을 막히게 하지요. 유력후보의 언변의 탁월함은 많이 회자되었으니, 저는 노동당의 권 00 후보가 토론에 임하는 자세와 말을 칭찬하고 싶네요. 정치 부분 토론이 1번 더 남았다고 하니까 잘 들어보시게요...^^ 오늘부터 사전투표일(5.29-30, 목요일 금요일)을 기억하고 참여하자고, 매일 홍보해 주세요. 투표만이 IMF보다 더 큰 12.3 내란을 이겨냅니다.
박노해시인의 <여름날의 희망>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여름날의 희망 - 박노해
여름 바람이 시원한 것은
가슴을 활짝 열고 바람을 보내주는
숲의 정령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저녁 마을 작은 집들의 불빛이 따듯한 건
거기 가난해도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
인정 많은 이웃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이 없는 세상에 희망이 살아 있는 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위기의 삶을
고독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가난과 전쟁으로 무거운 지구가
오늘 조금은 가벼워 보이는 까닭은
그 고통과 슬픔을 나누려는 대열에
또 한 사람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 세상이 살 만한 건
지구 마을 골목길에 아이들이 자라나고
이 힘든 길을
좋은 벗들이 함께 걷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