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5.30 천양희 <직소폭포에 들다>
새벽 5시 30분... 새벽은 진작에 새날을 불러왔는지, 새벽잠이 없으신 친정엄마는 새벽시장에 가보자고, 아구 한 마리 사서 아귀찜을 해서 주겠다고 전화를 주셨네요. 제 몸은 오늘따라 천근이 넘는 듯한데, 당신께서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루가 가벼울 것이라, 다녀왔습니다. 싱싱한 아구를 포함, 몇 가지를 사고 돌아오려는데, 봉투에 담던 아구이빨이 생각나서 도막을 쳐드리면서 생각해 보니, 제 손으로 아구를 다룬 적이 없고 매번 아귀찜이나 탕으로 받아만 먹었더군요. 지금 제 손이 얼얼한 걸 보면 떨리는 엄마의 손으로 하려 했으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생각이 들고, 그래도 오늘 새벽 발걸음에 복이 있구나 싶네요.^^
어제 당신께서 사전 투표 한 후, 하루 종일 뉴스를 보시니, 저보다 나라 사정을 더 잘 아시네요. 전국적으로 투표한 사람들의 비율도 말씀하시면서 새로운 대통령이 해야 될 일이 당신 일인 양 걱정하시는 걸 보면, 이 나라 국민들의 착한 심성은 타고난 선물임이 분명하지요. 당신 아파트에 노인들, 투표하러 가야 되는데... 하며 걱정하시길래, 말씀이래도 제가 도울일이 있으면 말씀하시라고 전했답니다. 나라를 바꾸는데, 저도 한몫해야 되니까요.
어제는 시인 천양희 님(84세)이 전주에 오셔서 참석했는데요. 고령의 나이를 가늠치 못할 정도로, 목소리에 힘이 있고, 말의 논리가 정연하셨습니다. 김사인 시인의 말씀처럼, 기개가 당당한 시인의 모습에서 많은 후배시인들이나 독자들의 존경을 받는 이유를 알았지요. 저도 천 시인의 시를 애독하는 편인데요, 아침편지에 자주 등장하는 시인 중의 한분이지요. <그 사람의 손을 보면> <단추를 채우며> <참 좋은 말> <마음도 수수밭을 지났으면> 등등...
시인이 좋아하는 시 중에 우리 고장 내변산의 직소폭포를 담은 시 <직소폭포에 들다>는 당신께서 죽음을 생각할 만큼의 고통을 이겨내게 해준 그 풍경을 시로 썼다고 하십니다. 이제는 직소폭포를 보면 저절로 시인의 이 시가 생각나겠지요. 시인이 체험 없는 시를 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시인의 자세에 대한 말씀도 강조하셨지요. 작년에도 신작시집 <몇 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무사하였다>를 출간, 그 중 어제는 <시인>이라는 시를 낭독하시면서 60년간 올곧게 시인으로서만 살아온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이렇게 시인으로서 연륜을 가진 시인들의 건재함을 보는 것만으로도 반복되는 일상의 피로해소에 최고로 좋은 비타민이 되기에 바쁜 틈을 쪼개어 다니고 있네요. 아, 오늘도 사전투표 하는 날,,, 잊지마시고 혼자 하지 마시고 널리 홍보하셔서 새 세상 도래를 모두 함께 만들어보아요. 오늘은 천양희 시인의 <직소폭포에 들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직소폭포에 들다 – 천양희
폭포소리가 산을 깨운다. 산꿩이 놀라 뛰어오르고
솔방울이 툭, 떨어진다. 다람쥐가 꼬리를 쳐드는데
오솔길이 몰래 환해진다.
와! 귀에 익은 명창의 판소리 완창이로구나
관음산 정상이 바로 눈 앞인데
이곳이 정상이란 생각이 든다.
피안이 이렇게 가깝다.
백색 淨土! 나는 늘 꿈꾸어왔다.
무소유로 날아간 무소새들
직소포의 하얀 물방울들, 환한 水宮을
폭포소리가 계곡을 일으킨다. 천둥소리 같은
우레 같은 기립박수소리 같은 - 바위들이 흔들한다
하늘이 바로 눈 앞인데
이곳이 무한 천공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와서 보니
피안이 이렇게 좋다
나는 다시 배운다
絶唱의 한 대목, 그의 완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