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5.31 정우영 <밭>
어느새 논에는 논물 가득, 어린 모들이 빼곡하네요. 보도블럭 땜질한 듯, 군데군데 남은 보리밭들이 보이는 제 텃밭에 서서 오래 살아온 노인처럼, 또 한 해를 당겨 생각해 보다가 돌아왔지요. 텃밭을 꽃밭으로 만들어 놓은 감자꽃, 오이꽃, 호박꽃, 고추꽃, 토마토꽃 등을 보면서 열매가 실하려면 꽃을 따야 된다 하지만, 저는 열매 한 알 덜 먹고 꽃이 저절로 시들 때까지 동거하는 것을 택했지요.
고랑사이, 잡풀을 괭이로 살살 긁어주는 남편을 보며, 왠지 가려웠던 제 등을 긁어주는 듯, 고랑들도 얼마나 시원할까, 비 한 방울만 내리면 금상첨화려니,,, 옆집 가경이네 페트병 물을 가져다가 목을 축여주었네요. ‘물도둑도 책도둑처럼 혼나지 않으면 좋으련만’ 하고 제 욕심만 부리는 완전 초짜 농부입니다. 꿈속에서도 맘에 쥐가 났는지 안도현 시현의 말처럼 칠성사이다 같은 앗싸 한 논물에서 첨벙거리기도 했답니다.^^
사전투표율이 생각보다 낮아서 많은 이들이 근심을 하네요. 저도 역시 그렇구요. 이 아슬아슬한 나라걱정에, 본 투표 결과까지, 또다시 3년 전 0.73% 차이의 패배라는 일이 반복될까 봐, 게다가 이번에는 내란세력들의 귀환으로 다시 국민들 눈앞에 총칼보다 더한 무력이 다가올까 봐,,, 걱정을 넘어 두려움으로 매일 뜬 눈으로 지새우는 이들... 물론 어느 세상이 와도 사람은 살고 있고, 역사의 물결은 그들 안에서 흘러갑니다. 제 짧은 세월만 보더라도 그렇게 살아지고 있는데, 문제는 ‘바른 정신’의 자리를 찾아서 사는 일이지요. 본 투표까지, 더 열심히 밭을 갈고 잡풀을 없애주면서 작물들이 제 역할을 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되겠습니다.
날짜를 쓰다 보니 오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오늘 하루가 마지막 인양 생각하며 어떤 즐거운 일을 기다리면 분명 그에 보답하는 좋은 일이 생기겠지요. 어제 저는 개인적으로 특별한 결단을 한 일이 있어서요, 앞으로 그 결심이 변하지 않도록 6월을 맞기 전에 새로운 마음으로 변화할 준비 시간도 꿰어보려 합니다. 오늘도 정우영 시인의 시 <밭>을 들려드립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밭 - 정우영
암시랑토않다. 니얼 내리갈란다. 내 몸은 나가 더 잘 안디, 이거는 병이 아녀. 내리오라는 신호제. 암먼, 신호여. 왜 나가 요새 어깨가 욱씬욱씬 쑤신다고 잘 허제? 고거는 말이여, 마늘 눈이 깨어나는 거여. 고놈이 뿌릴 내리고 잪으면 꼭 고로코롬 못된 짓거리를 헌단다. 온 삭신이 저리고 아픈 것은 참깨, 들깨 짓이여. 고놈들이 온몸을 두들김서 돌아댕기는 것이제. 가심이 뭣이 얹힌 것 맹키로 답답헌 것은 무시나 배추가 눌르기 땜시 그려. 웃배가 더부룩허고 속이 쓰린 것은 틀림없이 고추여. 고추라는 놈은 성깔이 쪼깨 사납잖여. 가끔썩 까끌허니 셋바닥이 돋는디 나락이여, 나락이 숨통을 틔우고 잪은 게 냅다 문대는 것이제. 등허리가 똑 뿐질러진 것맨치 콕콕 쏘아대는 것은 이놈들이 한테 모여 거름 달라고 보채는 거여. 밍그적거리면 부아를 내고 난리를 피우제. 그려, 내 몸이 곧 밭이랑게. 근디 말여, 나가 여그 있다가 집에 내리가잖냐. 흙냄새만 맡아도 통증이 싹 사라져뿐진다. 신통허제? 약이 따로 필요 없당게. 하이고, 먼 지랄로 여태까장 그 복잡헌 디서 뀌대고 있었다냐 후회막심허지. 인자 내 말 알아 들었제? 긍게로 나를 짠하게 생각허덜 말그라. 너그 어매는 땅심으로 사는 사람이여. 나가 땅을 버리면 아매도 내 몸뚱이가 피를 토할 거이다. 그러니 내 말 꼭 명심히야 써. 어매 편히 모시겠다는 말은 당최 꺼내지도 마라. 너그 어매 죽으라는 소린게로. 알겄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