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49

2025.6.6 함민복 <부부> <그 샘>

by 박모니카

한 사람의 진실된 정체성을 쉽게 구별하는 요소 중에 그가 무의식 중에 사용하는 언어와 행동이 있지요. 특히 정치인들이나 유명대중인들은 타인이라는 거울을 늘 장착하고 사는 사람들이기에 표면화된 상황에서 절제된 언어에 능숙합니다. 하다못해 평범한 저도 다수의 책방방문객들을 만나는 입장이라, 의식하지 않고 보인 언행이 실수로 나타날 때 엄청 제 자신을 뒤돌아보거든요.


새 대통령의 뛰어난 언사는 워낙 탁월해서 다른 모습으로 그의 정체성에 대한 진실여부를 판복해본다면... 취임식 후 첫 번째 찾은 국회 청소 노동자들과의 사진을 찍을 때의 모습에서 알 수 있었어요. 가장 먼저 무릎을 꿇고 사진촬영에 임했거든요. 그 작은 행동에서 저는 그가 진정 ’ 서민‘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 서민을 위한 정치‘를 내세우지만, 자신의 실체가 ’ 서민‘이었던 적이 없는 이들은 늘 엉뚱한 곳에서 정체성이 탄로 납니다. 하여튼 그 모습 하나 만으로도 그에 대한 믿음의 벽이 두터워졌습니다. 누구 말대로 아침부터 ’ 명비어천가‘를 부르지만,,, 왠지 금주는 내내 흥얼거리네요.^^


제가 꼭 만나고 싶은 시인들을 열 손가락에 펼쳐서 말한다면, 그중의 한 분이 함민복 시인. 10여 년 전 사진으로만 보았던 ’ 바다에서 시만 건져 올리는 순수어부‘ 같았던 모습을 기대하고 갔지요,,, 세월의 흔적 때문에 어느새 바다 물결이 주름이 된 시인의 모습을 만났지만, 느긋하게 편안하게, 다소 버벅 거리면서 ’ 시의 정체성‘을 전달하는 시인의 말을 재밌게 들었습니다.


’ 시는 경계에 피어나는 꽃‘이라는 주제어가 청중들에게 와닿도록 시인이 직접 쓴 여러 시들을 예시로 들었어요. 그가 쓴 시, <섬과 뭍>에서 처럼 섬과 뭍(육지)이라는 경계에서 공감과 합일을 이루는 것이 바로 ’ 시‘라고 말하더군요. 더 나아가 지식과 정보의 문자가 밋밋하게 출렁거리기만 한 경계를 넘어서서 자신만의 ’ 생각‘이라는 도구를 가져야 결국 자신이 창조적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말에도 공감했습니다.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것,,, 바로 ’ 질문‘이라고 말을 했는데요. 시인이든, 나라의 지도자든, 질문을 잘하는 이, 타인의 말을 잘 들어주는 이, 사물을 잘 관찰하는 이가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주역이 되는 것 같아요. 오늘이라는 세상에 우리 함께 질문의 그물을 던져보시게요. ’ 은유의 시인‘이라 불리는 함시인의 시 두 편, <부부> <그 샘>을 들어보세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부부 –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의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걸음의 속도로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그 샘 - 함민복


네 집에서 그 샘으로 가는 길은 한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벽이면 물 길러 가는 인기척을 들을 수 있었지요. 서로 짠 일도 아닌데 새벽 제일 맑게 고인 물은 네 집이 돌아가며 길어 먹었지요. 순번이 된 집에서 물 길어 간 후에야 똬리 끈 입에 물고 삽짝 들어서시는 어머니나 물지게 진 아버지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집안에 일이 있으면 그 순번이 자연스럽게 양보되기도 했었구요. 넉넉하지 못한 물로 사람들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던 그 샘가 미나리꽝에서는 미나리가 푸르고 앙금 내리는 감자는 잘도 썩어 구린내 훅 풍겼지요.

6.6함민복1.jpg 귀가길 군산동행문우들의 마음을 붉게 은은하게 데워주었던 해에게 감사를~~
6.6함민복2.jpg 전주지인의 은은한 시낭송도 듣고 대추차 대접까지 보신만찬... 고맙습니다 ^^
6.6함민복3.jpg 함 시인의 싸인을 받고 웃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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