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79

2025.7.6 파블로 네루다 <수박을 기리는 노래>

by 박모니카

헤르만헤세의 <데미안>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무엇을 가지고 있는 것과 그것을 알려고 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지. 알려고 하는 희미한 불꽃이 시작될 때야 그는 비로소 인간이 되지.’


여름철 대표과일 ‘수박‘이라는 사소한 사물 하나를 보아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를 읽고 시를 필사하고 시를 타인과의 공유물로써 활용하더니, 어느 날부터는 시를 짓는다 하더이다. 처음엔 불꽃을 일으킬 수 있는 부싯돌을 가지고 있는 줄도 몰랐을 사람들이 이제는 순간 튀어 오르는 불꽃 하나를 발견하고, 급기야 그 불꽃의 빛에 제 얼굴을 바라보는 진정한 인간이 되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 공부를 자발적으로 하는 문우들입니다. 온택트로 함께 공부하는 ’ 근대시인의 시의 세계’ 회원들입니다.


외람되게도, 이들은 어느 유명한 평론가의 시 분석보다도 자유로운 영혼의 창조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방적으로 타인에 의한 한쪽 물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제 몸 안으로 또 다른 물길, 자신만이 만들어놓고 타인의 맘에도 들여놓을 줄 아는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바로 ‘스스로 공부’의 힘이겠지요. 어제도 저는 이 문우들이 공부해서 쌓아 올려진 언덕에서 저 먼 어딘가를 바라보았답니다.


학생들이 시험이 끝나고 쉬고 싶다고, 제게 2일간, 특별휴가(금요일, 토요일) 같은 쉼 공간이 있었지요. 미리 예측하지 못하여, 이럴 줄 알았다면, 딸에게 놀러라도 가볼걸 하는 아쉬움이 크네요. 매일 톡으로 안부를 주고받지만 어디 실제 얼굴을 보는 것만 할까요. 벗과 이성당 팥빙수를 먹으면서도 딸아이 얼굴이 순간 떠올라서 조금 미안했답니다. 저는 재밌게 사는 것 같아서요. 톡선물이라도 보내서 순간행복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어제 문우들에게 전했던 시, 파블로 네루다의 <수박을 기리는 노래>라는 시입니다. 이제 이 시를 읽으시면 여름날 흔히 보이는 수박에서도 하늘을 가르는 수많은 별들을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수박 속에 흩어져있는 영롱한 루비의 빛을 받으실 거예요. 이 참에 수박에 대한 짧은 시 한 줄 써보시면 어떨까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수박을 기리는 노래 - 파블로 네루다


찌는 여름의 나무,

단단하고, 온통 푸른 하늘,

황색 태양, 지쳐 늘어짐,

고속도로 위의 칼,

도시들 속의 그슬린 구두:

글 밝음과 세계가 우리를 내리누르고,

두 눈을 찌른다

자욱한 먼지 갑작스러운 금빛 강타로,

그것들은 우리 다리를 고문한다

작은 가시들로 뜨거운 돌들로,

그리고 입은 괴롭다

발가락들보다 더 목은 탄다.

이도 입술도, 혀도

우리는 마시고 싶다 폭포를

검푸른 하늘을, 남극을,

그런 뒤 제일 찬 것

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들을,

그 둥글고 멋지고 별 가득한 수박을


그건 목마른 나무에서 딴 것

그건 여름의 초록 고래


이 서늘한 창공에 의해 돌연

검은 별들이 주어진 메마른 우주는

부푸는 과일을 내려준다

그 반구半球는 열린다

푸르고, 희고, 붉은 깃발 하나 보이며,

거친 강이 되고 설탕이 되고 기쁨이 된다


물의 보석상자

과일가게의 냉정한 여왕

심오함의 창고

땅 위의 달!

너는 순수하다

네 풍부함 속에 흩어져 있는 루비들

그리고 우리는 너를 깨물고 싶다

우리의 얼굴을 네 속에 파묻고 싶다

우리 머리카락, 그리고 영혼도!

우리가 목마를 때 우리는 너를 힐끗 본다

마치 환상적인 음식의 광산이나 산인 듯이,

허나 우리의 갈망과 이빨 사이에서

너는 바뀐다 다만, 서늘한 빛으로

언젠가 노래하며 우리를 설레게 한

샘물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빛

그게 네게 오븐과도 같은 낮잠 시간에

우리를 허덕이게 하지 않는 이유,

너는 우리를 허덕이게 하지 않는다

너는 다만 지나간다

그리고 무슨 차가운 잔화殘火인, 네 심장은

한 방울 오롯한 물방울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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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명 황토산책길에 수박도 대접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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