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7.7 손광세 <여행>
‘화양연화(花樣年華)’-꽃처럼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은 언제일까. 아니 언제였을까... 를 생각하면서, 어제는 홍콩 영화 <화양연화, 왕조위 장만옥 주연 2000년 개봉> 한편을 보았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웬 여유?라고 할 만큼 학원도 책방도 한산하여, 유튜브의 모 진행자가 전하는 영화 리스트를 보다가 선택했네요.
지금이야 홍콩이 중국본토로 귀환했지만 영화 속 홍콩은 그전 시대상황을 표현하는 다양한 장면들이 많고, 특히 두 주인공들의 절제된 사랑을 담은 영화의 줄거리가 묘하게 이끌렸어요. 일부러 절반의 대상만 보이는 대화법으로 오히려 언어의 응축미를 돋보이게 하는 연출기법, 2000 밀레니엄 시대에 도전하는 고전적 영화색채등으로 편하고 마음의 속도도 느리게, 여유로운 한 나절을 잘 메워준 영화였답니다.
사실 오늘 만날 분 중의 한 분이 ‘화양연화’라는 말과 깊은 관련이 있어서 영화를 보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삼례 책마을에서 영미시 강연 제2탄이 시작된다 하여, 나들이 예정입니다. 수능영어로 매일 문제만 푸는 영어환경을 벗어나서, 알아듣던지 아니든지 간에 그냥 들어보고, 새로운 영어시에 대한 공부도 하고요. 긴 여름날 밤, 놀면 뭐 하겠어요^^
책방 바닥에 놓여있는 책, 김영하작가의 <여행의 이유>가 눈에 띄어서 바라보던 판에, 모 시인이 추천하는 ‘여행자를 위한 문학, 문학을 위한 여행‘코너에 이 책도 말하면서 이런 표현들을 읽어주네요.
- 풀리지 않는 삶의 난제들과 맞서기도 해야겠지만 가끔 달아나는 것도 필요하다.
- 여행은 우리를 지켜주는 힘이자 인류의 오랜 속성이다.
- 인류는 낯선이 들을 손님으로 맞아들이고, 그들에게 진실한 것은 제공하고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며 떠나보내기도 했다.
제가 생각하는 의미하나를 덧붙이자면, ’ 여행은 인생에서 언젠가는 만나게 될, 그곳을 가기 위한 예습과정‘... 그 예습이 두려워서 무거운 과제로 남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무엇일까 궁금해서 통통 뛰어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요. 저는 이왕이면 후자를 선택하고 싶고,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정직한 체력을 키워야겠기에, 오늘도 황토의 찰진 기운을 받으러 나가봅니다. 손광세시인의 <여행>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여행- 손광세
떠나면 만난다
그것이 무엇이건 떠나면 만나게 된다
잔뜩 찌푸린 날씨이거나
속잎을 열고 나오는 새벽 파도이거나
내가 있건 없건 스쳐갈 스카프 두른 바람이거나
모래톱에 떠밀려온 조개껍질이거나
조개껍질처럼 뽀얀 낱말이거나
아직은 만나지 못한 무언가를 떠나면 만난다
섬마을을 찾아가는 뱃고동 소리이거나
흘러간 유행가 가락이거나
여가수의 목에 달라붙은 애절한 슬픔이거나
사각봉투에 담아 보낸 연정이거나
소주 한잔 건넬 줄 아는 텁텁한 인정이거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여인이야
못 만나더라도 떠나면 만나게 된다
산허리에 뭉게구름 피어오르고
은사시나무 잎새들 배를 뒤집는 여름날
혼자면 어떻고 여럿이면 또 어떤가
배낭 메고 기차 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