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08

2025.8.4 이성복 <그 여름의 끝>

by 박모니카

시인 이성복 님의 <그 여름의 끝> 시의 한 구절... ’한 차례 폭풍에도 그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라는 말을 믿고 있는 백일홍나무(배롱나무). 시인이 나무에게 주는 믿음을 기꺼이 받고 기꺼이 응답하는 백일홍나무 중 한두 시간의 면담이 가능한 나무가 누구일까. 미사 후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찾아간 곳은 부안 개암사 배롱나무였습니다.


산 위에 있는 우금암 바위가 열려서 탄생한 절인 지, 이름이 개암사이지요. 일주문까지의 전나무길과 개암사 입구까지 가는 벚꽃길과 개암제 등의 주변풍경이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대학 때는 비포장 도로여서 더 멀리 걸어갔었던 느낌도 떠올랐네요. 때마침, 총총 다리 비를 몰고 오는 구름과 습한 공기까지 있어서, 빗방울에 떨어져 제 뿌리를 붉게 물들 배롱나무꽃이 그리웠습니다.


’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 것이냐, 갈 수 있을 때 가자‘ 라며 동행한 벗과 오며 가며 소소한 수다를 떠는 재미도 참 좋습니다. 오후 늦은 수업까지 산 그늘에 자리 잡고 피어난 여러 풍경들을 보고 나면 마음도 상쾌해져서 그만큼 수업도 즐거우니까요. 역시나 제 예상대로 마음의 잔 - 주름들이 쫙 펴지는 시간이었답니다. 개암사의 배롱나무 개화가 만개하지 않은 70-80% 정도이니, 이 비 맞고 나면 더 예쁜 빛으로 피어날 것이니, 꼭 한번 드라이브 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학원이 정상수업합니다. 그런데 학생가족들이 상당히 휴가를 보내는 시간이네요. 학원 22년을 되돌아보면 항상 여름방학에 공부보다는 ’ 쉼’ 시간을 선택하는 경우의 수가 많아서, 또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방학 때가 아니면 제대로 쉴 수도 없는 현실이어서, 잠깐 쉬겠다는 요청이 오면 얼마든지 그래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학원의 특성상, 매달 운영에 필요한 비용(특히 선생님들 급여)을 준비하는 데는 어려움도 있지요... 하지만 그 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주문을 걸면 금세 부활하는 저를 볼 수 있지요.


어제 오후에 내리는 비를 보니, 긴 폭염으로 사생결단의 기로에 있었던 논밭 작물들이 해방을 불렀겠어요. 8월엔 태풍소식이 늘 있는데요, 금주에 한 두 차례의 가벼운 비만 오면 좋겠습니다. 폭염 전 수해로 큰 피해를 본 지역이 아직 미복구상태라고 들었어요. 8월의 첫 월요일, 오늘이 즐거워야 한 주간이 즐겁겠지요. 무엇보다 건강한 음식으로 건강한 기초체력을 위해 적절한 운동... 꼭 함께 하시게요. 오늘도 팟팅 홧팅 파이팅~~~ 배롱나무 하면 생각나는 시, 이성복 시인의 <그 여름의 끝>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그 여름의 끝 -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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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개암사2.jpg 개암사 근처 카페에서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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