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11

2025.8.7 이해인 <가을엔 이렇게 살게 하소서>

by 박모니카

’ 입추’라는 두 글자. 몸은 반가운데 왠지 마음은 좀 서운한 듯, 그렇지 않은 듯... 좀 잡을 수 없군요. ‘더운 여름 어떻게 보내세요?‘라는 인사말을 오늘부터는 색다른 인사로 해야 할까요. 하여튼 입추(立秋)랍니다. 제가 가을의 문을 열었든지, 가을이 제 영혼의 문을 열고 들어왔던지, 중요한 것은 서로 만났다는 거지요. 만남처럼 신비한 창조는 없거든요.


얼마 전에는 지인 한 분이 삼 년여 만에 톡을 주셔서 안부를 전해왔습니다. 같은 군산에 살아도 이렇게 만남이 어려운가 봐요. 아마도 서로의 시간 사이에 서로의 만남을 방해하는 다른 층들이 분명 들어 있었겠지요. 조만간 만남의 회포를 하기로 했답니다. 어제도 학생들의 영독해시간에 ’ 눈에 보이는 빛의 존재는 온전한 과거형‘이라는 표현을 두고 학생과 저는 긴 얘기를 했습니다. 밤하늘에 보이는 저 별빛은 별의 입장에서는 이미 죽음의 상태로 아주 머나먼 공간을 건너왔다는 그런 내용이었는데요, 이 부분을 이해시키는데, 과학적 사실, 철학적 의미가 필요했지요. 이런저런 얘기 끝에, 영어과목이란 주제로 이렇게 만난것도 얼마나 대단한 인연이냐,, 열공하자,라는 결론에 도달했답니다.


그래요, 아침부터 입추라는 글자를 보니, 왠지 누군가가 보고 싶어지기도 하고, 그들과의 만남이 더욱더 소중히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제 혹서(酷暑)는 분명 물러갔으니, 입추의 방문을 기꺼이 환영해 보아요. 저는 이미 가을을 환영하는 몸짓을 빨간 고추를 수확하면서 더욱 열렬히 보여주었습니다. 장대비가 올지 몰라, 밭에 가서 빨간색만 거두는데, 그 묵직하고 통통한 결실이 손에 던져주는 짜릿함에 울컥하는 맘이... 하늘이 고맙기만 했습니다. 가져오는 대로 건조기에 잘 말려서 곱디고운 붉은 가을색으로 나올 고춧가루를 기다리고 있네요.

입춘대길 이란 말이 있으니, ’ 입추대길’이란 말도 있어야겠지요. 오늘 분명히 대길(大吉)할 어떤 기운이 그대 곁을 지나갈 터이니, 놓치지 말고 그 사랑, 잘 붙잡으시길... 이해인시인의 <가을엔 이렇게 살게 하소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가을엔 이렇게 살게 하소서 – 이해인


가을에는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


내 욕심으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리 없이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맑고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빈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집착과 구속이라는 돌덩이로

우리들 여린 가슴을 짓눌러

별 처럼 많은 시간들을 힘들어 하며

고통과 번민 속에 지내지 않도록

빈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풋풋한 그리움하나 품게 하소서.


우리들 매 순간 살아감이

때로는 지치고 힘들어

누군가의 어깨가 절실히 필요할 때

보이지 않는 따스함으로 다가와

어깨를 감싸 안아 줄수 있는

풋풋한 그리움하나 품게하소서.


가을에는

말 없는 사랑을 하게하소서.


사랑 이라는 말이 범람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간절한 사랑을 알아주고 보듬어주며

부족함조차도 메꾸어줄 수 있는

겸손하고도

말없는 사랑을 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정녕 넉넉하게 비워지고


따뜻해지는 작은 가슴 하나 가득

환한 미소로 이름없는 사랑이 되어서라도

그대를 사랑하게 하소서.

엄마와 점심으로, 호박잎쌈밥.. 엄마의 구수한 말씀의 쌈까지... 잘 먹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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